유엔총회 연설…종전 압박·AI우위 과시
각국 대표단 앞 “美최강, 필요시 군사력 불사
이란 핵무기 불허…중간선거 이후 합의 기대”
이란 “트럼프 연설은 선전용…파괴적 타격 준비”
트럼프 “산업혁명보다 큰 성장 막지 않을 것”
“슈퍼지능, 정확용어” 美정부문서 ‘AI→SI’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을 향해 ‘합의’와 ‘전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자신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슈퍼지능(Super Intelligence·SI)’으로 바꿔 부르겠다며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미국의 우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재건과 ‘전멸(annihilate)’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거론했다.
그는 “이란과 합의해 그들이 재건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위대한 국가를 만들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이란을 신속히 전멸시켜 다시는 사람을 살해하고 국가를 파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생존의 기회도, 미래의 번영이나 후손에 대한 희망도 없이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을 것인가”라고 경고했다.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자 유엔총회장에 있던 이란 대표단은 퇴장했다. 다만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후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를 협상 타결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란 군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군 총참모부와 혁명수비대(IRGC) 중앙사령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관계에 근거하기보다 철저히 국내 선전용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복되는 위협은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란을 향한 미국의 공세가 전략적 교착 상태와 절망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 장기화로 미군의 탄약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사용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준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분간 이어진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조기 종전을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에 앞서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전쟁을 끝내라(Settle the war)”고 촉구했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는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을 “완전히 거부한다”며 “산업혁명보다 더 큰 무언가의 성장을 억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미국 정부 공식 문서에서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artificial)’이라는 표현이 지능을 가짜처럼 들리게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슈퍼지능의 새로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SI가 훨씬 더 낫고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가 SI에서 이기든 승자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은 물론 모두를 앞서 있고 이 우위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반구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반구 어디에서도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발판을 마련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하며 현 정권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바 대표단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도중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마약 카르텔을 이슬람국가(ISIS)에 빗대며 강경 대응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북아메리카의 북쪽 변경”이라고 규정했다.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간 합의를 통해 미국의 통제권을 강화했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 미군 기지 2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선출된 적 없는 글로벌리스트 관료들의 극좌 의제”를 주권국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세계 세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통제 불능 기관”이라고 비난하며 회원국들의 탈퇴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 군인 등이 미국에 대한 관할권이 없는 재판소에서 수사받거나 재판받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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