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에

부처옮겨도 중앙은행 금융중심지 잔류 강조

獨 프랑크푸르트·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유지

‘한국은행법’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

이성윤 의원 21일 ‘전북 이전’ 법안 발의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연합]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주요국 중 수도에서 지방으로 중앙은행 본부를 이전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부처가 다른 지역으로 옮긴 경우에도 중앙은행은 금융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은이 직접적인 찬반 입장은 유보했지만 사실상 서울 잔류 필요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은에서 받은 서면답변에 따르면 한은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필요성에 대한 입장’에 대해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해외 중앙은행 중 본점을 지방으로 옮긴 사례’에 대해 한은은 “주요국 중 수도에서 지방으로 중앙은행 본부를 이전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예외적으로 나이지리아·미얀마·카자흐스탄 등이 본부를 옮겼지만, 모두 그 나라의 수도가 이전하면서 새로운 수도로 본부를 옮긴 사례라고 한은은 전했다. 애초에 수도 자체가 이동한 사례로, 수도를 유지한 채 중앙은행만 지방으로 보내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 본부는 대부분 금융중심지인 수도에 소재하고 있다”며 “수도에 위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금융산업 발달 정도가 가장 높은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연방은행이다. 독일연방은행은 과거 독일 수도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할 때 금융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남았다. 말레이시아중앙은행 또한 정부 부처가 행정수도 푸트라자야로 이동한 뒤에도 수도이자 금융중심지인 쿠알라룸푸르에 남았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의 세종 이전과 무관하게 한은은 서울에 남아있는 것이 적절하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을 대상으로 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2027년 선도 이전에 착수하고, 구체적 대상 기관·지역은 올 4분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한은의 지방 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은은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분류된다. 통화신용정책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직원도 공무원이 아니다. 현행 ‘한국은행법’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법 개정도 필수다. 또한 정부 부처가 밀집해 있는 세종으로 옮길 경우 통화정책의 독립성·중립성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한은이 마냥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발표하면서 5대 원칙 중 하나로 공공기관의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공공기관은 과감히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지역구를 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한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전북특별자치도로 바꾸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금융기능과 전문인력을 분산하고 전북의 금융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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