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입시시장에서 바라보는 경찰대
내년 신입생 50명 모집에 4582명 지원
군 대체복부 등 특혜 없어도 지원자 늘어
상위권 ‘추가 카드’에 로스쿨 진학 등 고려
편입생은 경찰 진로 뚜렷…신입생과 차이
[편집자 주] 지난 45년간 경찰 중간 간부를 배출해 온 경찰대학. 그 사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은 달라지고 수사 구조도 크게 변했다. ‘엘리트 경찰’을 상징해 온 경찰대생의 정체성은 이 사이 어떻게 달라졌나. 또 새로운 형사사법의 시대에 걸맞은 리더를 키워내고 있는지 경찰대의 존재가치를 점검한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연·고대 하위권 과에 갈 바에는 경찰대 지원할 것 같아요. 생각이 바뀌면 로스쿨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올해 경찰대를 지원한 한 수험생의 말이다. 경찰 간부라는 안정적인 진로에 학비 지원, 향후 로스쿨 진학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경찰대가 매력적인 선택이라는 것.
경쟁률 91.6대 1. 경찰대 경쟁률이 다시 올랐다. 2027학년도 경찰대학 신입생 모집에는 50명 선발에 4582명이 몰렸다. 지난해 경쟁률 86.9대 1보다 지원자가 238명 늘었다. 사관학교와 1차 시험 일정이 분리됐던 2025학년도(175.2대 1)를 제외하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높은 경쟁률의 속내는 과거와 달라졌다. 병역 혜택은 사라졌고 과거와 같은 특수성도 옅어졌다. 남학생이 졸업 후 의무경찰 부대에서 근무하며 병역을 대신할 수 있었던 전환복무 제도는 2019학년도 신입생부터 폐지됐다.
경찰이라는 직업만을 보고 경찰대를 택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 수험생들은 입학 이후의 여러 ‘출구’까지 계산하고 있다. 경찰을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는 수험생뿐 아니라 일반대와 함께 ‘추가 카드’로 지원하는 상위권 학생, 경찰대 이후 로스쿨까지 바라보는 수험생이 한데 섞여 있다. 경찰대를 선택하는 이유가 하나가 아닌 시대가 된 셈이다.
수시 6회 제한 밖 ‘추가 카드’…상위권 지원 여전
우선 경찰대 입시가 최상위권·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대학 수시모집의 ‘6회 지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경찰대는 일반대 지원 기회를 소진하지 않아 일단 지원해 보는 상위권 학생도 있다”며 “경쟁률 상승을 경찰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찰대 지원이 단순한 ‘수능 연습’은 아니다. 경찰대 1차 시험은 국어·영어·수학으로 구성됐으나 사관학교보다 난도가 높은 별도의 시험으로 평가된다. 최종 선발에서도 수능 반영 비율이 50%에 달한다.
입시업계에서는 최근 경찰대 합격권을 과거처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최상위권과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상위권 대학 지원자층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과거만큼 최상위권 수험생을 끌어들이지는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서울대나 연·고대 합격권 학생들이 경찰대를 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병역 혜택 폐지와 경찰대 개혁 등을 거치면서 최상위권을 모을 유인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대가 최종합격자의 수능 백분위나 일반대 교차지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찰대 거쳐 로스쿨로…“재학생 3분의 1가량 준비”
그럼에도 경찰대가 상위권 수험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는 로스쿨 진학 가능성이 꼽힌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경찰대 출신 입학생은 2022학년도 72명에서 2023학년도 87명, 2024학년도 92명으로 늘었다. 2025학년도 91명에 이어 2026학년도에는 80명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입학생의 3.7%에 달한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대 개혁 방향의 일 고찰’ 논문에서 “경찰대 졸업이 로스쿨로 가는 중요한 트랙 중 하나”라면서 “재학생의 3분의 1가량이 신입생 시절부터 로스쿨을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아예 경찰대 입학 단계부터 법조계 진출을 염두에 두는 수험생도 있다. 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진학을 고려하던 한 재수생은 재수 과정에서 희망 진로를 법조계로 바꾼 뒤 경찰대에 지원했다.
이 학생은 헤럴드경제에 “경찰대 진학 이후 로스쿨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주변에 보면 로스쿨 진학을 위해 경찰대를 고려하는 수험생도 꽤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뿐 아니라 경찰대를 법조계로 이어지는 하나의 진로 경로로 바라보는 수험생도 존재하는 이다.
편입생은 달라…“경찰 진로 확실하면 지원”
반면 편입생들의 지원 동기는 보다 뚜렷한 편이다. 경찰대 재학생과 편입생들의 사례를 보면 단순히 로스쿨 진학을 위해 경찰대 편입을 택하는 데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이미 다른 대학에서 생활해 본 뒤 다시 입시를 치러 경찰대 3학년으로 들어오는 만큼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6학년도 일반대학생 편입은 25명 모집에 1011명이 지원해 40.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 편입생들 사이에서도 “경찰이라는 진로가 확실하다면 추천할 수 있지만 로스쿨만을 목표로 편입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교 졸업 단계에서 경찰과 법조계 등 여러 진로 가능성을 함께 놓고 경찰대를 선택하는 신입생들과 달리 편입생은 기존 대학을 떠나 다시 경찰대를 택했다는 점에서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지향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경찰대를 선택하더라도 신입학과 편입학 지원자들이 바라보는 진로와 지원 동기는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경찰대 지원자라고 해서 모두 경찰이라는 직업 하나만 바라보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일반대와 함께 선택지를 넓혀 지원하는 학생도 있고, 졸업 이후 로스쿨 등 다른 진로까지 고려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이미 다른 대학에 진학했다가 경찰대로 편입하는 학생은 그만큼 경찰이라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 뒤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경찰대 입시라도 신입학과 편입학 지원자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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