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중심 무역갈등서 경제안보 경쟁으로 확대”
“韓, 한미동맹 발전시키고 北관련 중국과도 소통해야”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미중 정상회담 결과 대만문제와 이란전쟁 등에 대한 온도차가 드러나면서 양측이 전략경쟁의 ‘틀’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으로선 한미 동맹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외교적 성과를 내 11월 중간선거에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이같은 의도를 중국이 아는 이상 뚜렷한 결과물이 도출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회담의 의미는 전략경쟁을 끝내기보다 경쟁을 관리하는 틀을 다시 확인했다는 데 있다”며 “불과 4개월 새 양국 정상이 베이징과 워싱턴을 상호 방문했다는 점은 정상 차원의 직접 소통을 통해 미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안보·인공지능(AI)·첨단기술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으며, 중국 측은 지난 5월 합의한 ‘건설적 전략안정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협력을 중심으로 하되 경쟁은 통제하고 이견은 관리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측에 따르면 오는 11월 만료 예정이던 미중 무역 휴전은 2개월 연장했지만, 관세·희토류·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첨단기술 통제 등 핵심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결국 경제·기술 분야에서 전면적인 합의보다 제한적인 긴장 관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AI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연락채널 구축이 논의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과거 관세 중심의 무역갈등에서 벗어나 미중 경쟁이 AI·첨단기술·핵심광물과 공급망을 포함하는 경제안보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 측면에서는 관계 안정화 노력과 전략적 경쟁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대만 지원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유 연구원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한 만큼,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한반도 안정에 대한 미중 간 협의 공간은 유지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미중 전략경쟁의 완화로 보기보다는, 충돌 가능성을 낮추면서 경쟁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려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미중관계의 단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변화하는 경쟁의 성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안보에서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북한 문제와 역내 안정에 필요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안보에서는 반도체·AI·핵심광물·조선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특정 국가나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중 사이에서 단순히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 공간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편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거듭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요구에 어떻게 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발언을 전한 중국 매체에서도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된 자리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기를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앞 헬리패드(전용 헬기 이착륙장)에서 기자들이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고 묻자 “우린 훌륭한 회담을 했다”고만 답했다.
대만 문제뿐 아니라 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미중 정상의 온도차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 이란 전쟁에서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해주거나, 최소한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발언은 “양측이 조속히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궤도로 복귀해, 최종적으로 핵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합의를 이루고 조속히 평화를 이루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도됐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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