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가 닷컴버블 붕괴 당시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이번 주 시장 참여자 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켓 펄스(Markets Pulse)’ 설문에서 응답자의 53%는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연말 전에 6%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30년물 금리가 6%를 기록한 것은 2000년 6월이 마지막이다.
30년물 금리는 올여름 5%를 확실히 넘어섰고 현재는 5.44% 안팎이다. 6% 돌파를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달 같은 설문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앞으로 몇 달간 국채시장의 가장 큰 위험으로 에너지 가격이나 인플레이션 전반의 비용 급등을 꼽았다.
유가·경유값 급등…“채권시장이 백악관 압박”
최근 국채 매도세는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시작됐다. 짧은 휴전 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달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해, 분쟁이 가장 격했던 지난 5월 고점에 다가섰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를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나왔지만, 유가는 장중 고점에서 잠시 밀렸을 뿐이다.
미국 경유 가격도 갤런당 6.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경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설문 참여자의 약 3분의 2는 경유 수출을 금지하면 결국 브렌트유 가격과 국채금리가 모두 오를 것이라고 봤다.
마코 파픽 BCA리서치 지정학·거시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간의 움직임은 훨씬 더 악성인 흐름”이라며 “성장 때문이 아니라 이란 분쟁 때문이고, 채권시장이 백악관에 분쟁을 끝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인상에 5년물도 20년 만에 최고
이달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유가 반등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만기의 미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섰다. 5%는 앞선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주식시장 조정을 부를 수 있는 분기점으로 꼽았던 수준이다.
마이클 볼 블룸버그 거시전략가는 “금리 트레이더들은 9월 연준의 인상을 더 긴 긴축 사이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변동성이 큰 유가, 재정적자 해결에 나서지 않는 의회, 전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국채 물량까지 금리 곡선 전체가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5년물 금리도 이번 주 5%를 넘어 약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설문 참여자들이 예상한 5년물 금리의 연말 중간값은 5.25%로, 현실화하면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국내 증시, 美 금리에 번번이 흔들려
국내 증시에는 부담이다. 미 국채금리가 뛸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올해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에는 미 30년물 금리가 5.337%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코스피가 하루에 5.80% 급락했다. 외국인이 3조5000억원, 기관이 1조3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미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에,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용 회사채 발행까지 겹쳐 공급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달 15일에도 미 10년물 금리가 장중 5%를 넘자 코스피는 0.85% 내렸다. 외국인은 현물(주식)과 선물을 합쳐 3조원 넘게 팔았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3.1원 오른 1359.3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9일부터 16일까지 6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95.5%가 SK하이닉스(6조2945억원)와 삼성전자(4조8775억원)에 몰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매도세에 대해 “기업 주문과 매출 전망이 급격히 나빠진 결과라기보다,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수요 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금리가 오를 때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떨어지는 반도체 등 성장주와 보험주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금리 상승이 이자이익 확대로 이어지는 은행주는 강세였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직후인 17일에는 KB금융(1.87%)과 하나금융지주(1.98%)가 올랐다. 외국인도 반도체를 팔면서 SK이노베이션·GS 같은 에너지주와 우리금융·하나금융 등 금융주는 사들였다.
연휴 뒤 첫 거래일이 관건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로 휴장 중이다. 코스피는 연휴 직전 거래일인 23일 0.90% 오른 7080.92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도 3.28% 오른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휴 동안 美 국채금리와 유가, 중동 협상 결과 등 해외 변수는 계속 움직인다. 이 변수들은 개장일인 28일에 한꺼번에 반영된다.
과거 통계는 연휴 뒤 반등에 무게를 싣는다. 대신증권이 2004~2025년 22차례의 추석을 분석한 결과, 연휴 뒤 5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오른 경우가 15차례(68%)였다. 다만 설문대로 미 30년물 금리가 6%를 향해 오르고 유가도 강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와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장이 미·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협상 결과와 美 국채금리의 방향을 주시하는 이유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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