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프레지던츠컵 사상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인터내셔널팀이 전통적으로 취약한 포섬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미국팀을 압도했다.
인터내셔널팀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메디나의 메디나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포섬 경기(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경기방식)에서 미국팀에 5전 전승을 거뒀다. 이날 걸린 승점 5점을 싹쓸이한 인터내셔널팀은 총점에서 7-3, 4점 차로 앞서 28년 만의 우승을 노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포섬 매치는 인터내셔널팀의 약점이었다. 각자 자신의 공으로 플레이한 뒤 좋은 스코어를 택하는 포볼(Four-ball)과 달리 포섬(Foursome)은 한 선수의 실수가 고스란히 동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팀이 동일한 언어와 주니어 시절부터 다져진 유대감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결속력을 발휘하는 반면 전 세계에서 모인 인터내셔널팀은 언어 소통의 장벽과 파편화된 팀워크로 늘 고전해 왔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의 심리적 기저에 자리 잡은 ‘미안함의 정서’는 포섬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샷 실수 하나가 벙커나 깊은 러프로 향할 때마다 동료에게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를 연발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매 대회 반복됐다. 결국 실수를 만회하려다 무리수를 두고 자멸하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이어진 패배의 주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사과는 코스 밖에서 하고 코스 안에서는 오직 버디만 생각한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팀 전체를 지배했다. 실수가 나와도 자책 대신 미소로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트러블 상황은 동료가 환상적인 리커버리 샷으로 해결하며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증명했다.
그 선봉에는 ‘철인’ 임성재가 있었다. 임성재는 특유의 컴퓨터 같은 정교한 아이언 샷과 자로 잰 듯한 페어웨이 안착률로 파트너에게 가장 편안한 버디 찬스를 배달했다. 까다로운 바람 속에서도 핀 2m 안쪽에 공을 꽂아 넣는 송곳 샷이 작렬할 때마다 갤러리의 탄성이 쏟아졌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짝을 이룬 임성재는 미국팀의 러셀 헨리-제이콥 브릿지맨 조를 맞아 3&2(2홀 남기고 3홀 차로 승리)로 승리했다. 임성재는 마쓰야마와 호흡을 이뤄 보기 없이 5개의 버디를 합작한 반면 미국팀은 버디 2개에 보기 1개를 기록했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이틀 연속 승리했다. 전날 포볼 경기에서 크리스 고터럽-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3&2로 제압했던 김-김 조는 이날 포섬 경기에서도 잰더 셔플리-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4&3로 제압했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환상의 하모니로 완승을 거두며 팀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
호주 교포 이민우는 디오픈 우승자인 라이언 폭스(뉴질랜드)와 짝을 이뤄 미국팀의 윈덤 클락-콜린 모리카와 조를 1홀 차로 눌렀다. 이민우-폭스 조는 14번 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다가 15,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역전승을 거뒀다.
첫 조로 나선 캐나다 듀오 코리 코너스-닉 테일러 조는 미국팀의 필승 조인 스코티 셰플러-샘 번스 조를 상대로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코너스-테일러 조도 5, 6번 홀의 연속 버디로 1홀 차 리드를 잡은 뒤 마지막 홀까지 이를 잘 지켜 승리했다.
애덤 스캇(호주)-크리스티안 베자이덴하우트(남아공) 조는 미국팀의 저스틴 토마스-캐머런 영 조를 3&2로 물리쳤다.
인터내셔널팀은 이로써 1998년 호주 로열 멜버른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 이후 무려 28년만에 미국팀을 누를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남은 경기는 대회 사흘째 오전 포볼, 오후 포섬 경기와 마지막 날 12개의 싱글매치다. 프레지던츠컵을 가져오기 위해선 승점 15.5점이 필요하다. 인터내셔널팀의 매직 넘버는 8.5점이다. 남은 경기는 20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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