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프레지던츠컵 사상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인터내셔널팀이 전통적으로 취약한 포섬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미국팀을 압도했다.
인터내셔널팀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메디나의 메디나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포섬 경기(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경기방식)에서 미국팀에 5전 전승을 거뒀다. 이날 걸린 승점 5점을 싹쓸이한 인터내셔널팀은 총점에서 7-3, 4점 차로 앞서 28년 만의 우승을 노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포섬 매치는 인터내셔널팀의 약점이었다. 각자 자신의 공으로 플레이한 뒤 좋은 스코어를 택하는 포볼(Four-ball)과 달리 포섬(Foursome)은 한 선수의 실수가 고스란히 동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팀이 동일한 언어와 주니어 시절부터 다져진 유대감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결속력을 발휘하는 반면 전 세계에서 모인 인터내셔널팀은 언어 소통의 장벽과 파편화된 팀워크로 늘 고전해 왔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의 심리적 기저에 자리 잡은 ‘미안함의 정서’는 포섬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샷 실수 하나가 벙커나 깊은 러프로 향할 때마다 동료에게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를 연발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매 대회 반복됐다. 결국 실수를 만회하려다 무리수를 두고 자멸하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이어진 패배의 주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사과는 코스 밖에서 하고 코스 안에서는 오직 버디만 생각한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팀 전체를 지배했다. 실수가 나와도 자책 대신 미소로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트러블 상황은 동료가 환상적인 리커버리 샷으로 해결하며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증명했다.
그 선봉에는 ‘철인’ 임성재가 있었다. 임성재는 특유의 컴퓨터 같은 정교한 아이언 샷과 자로 잰 듯한 페어웨이 안착률로 파트너에게 가장 편안한 버디 찬스를 배달했다. 그리고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공이 홀을 찾아드는 등 절정의 퍼팅 가믈 뽐냈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짝을 이룬 임성재는 미국팀의 러셀 헨리-제이콥 브릿지맨 조를 맞아 3&2(2홀 남기고 3홀 차로 승리)로 승리했다. 임성재는 마쓰야마와 호흡을 이뤄 보기 없이 5개의 버디를 합작한 반면 미국팀은 버디 2개에 보기 1개를 기록했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이틀 연속 승리했다. 전날 포볼 경기에서 크리스 고터럽-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3&2로 제압했던 김-김 조는 이날 포섬 경기에서도 잰더 셔플리-패트릭 캔틀레이 조를 4&3로 제압했다. 김시우-김주형 조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환상의 하모니로 완승을 거두며 팀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
호주 교포 이민우는 디오픈 우승자인 라이언 폭스(뉴질랜드)와 짝을 이뤄 미국팀의 윈덤 클락-콜린 모리카와 조를 1홀 차로 눌렀다. 이민우-폭스 조는 14번 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다가 15,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역전승을 거뒀다.
첫 조로 나선 캐나다 듀오 코리 코너스-닉 테일러 조는 미국팀의 필승 조인 스코티 셰플러-샘 번스 조를 상대로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코너스-테일러 조도 5, 6번 홀의 연속 버디로 1홀 차 리드를 잡은 뒤 마지막 홀까지 이를 잘 지켜 승리했다.
애덤 스캇(호주)-크리스티안 베자이덴하우트(남아공) 조는 미국팀의 저스틴 토마스-캐머런 영 조를 3&2로 물리쳤다.
인터내셔널팀은 이로써 1998년 호주 로열 멜버른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 이후 무려 28년만에 미국팀을 누를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남은 경기는 대회 사흘째 오전 포볼, 오후 포섬 경기와 마지막 날 12개의 싱글매치다. 프레지던츠컵을 가져오기 위해선 승점 15.5점이 필요하다. 인터내셔널팀의 매직 넘버는 8.5점이다. 남은 경기는 20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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