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조사·연구 보고서
60대 24.8% 하루 두 차례 이상 거래소 접속
3000만원 이상 투자자 7할, 부가서비스 이용
CEX 의존도 높은 한국 보호체계 강화 필요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보유 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보관하는 등 거래소 수탁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투자자 4명 중 1명은 하루 두 차례 이상 거래소를 확인했고, 투자금액이 많을수록 스테이킹과 자동매수 등 부가서비스 이용률도 높았다. 투자자의 연령과 이용 방식에 맞춘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재단)은 지난 11일 ‘한국·캐나다의 가상자산 투자자 분석 및 주요국의 가상자산 정책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재단은 지난해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69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자산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캐나다 온타리오증권위원회(Ontario Securities Commission·OSC)의 자국 조사 결과와 비교·분석했다.
▶2030보다 5060이 디지털자산 투자에 더 관심=보고서에 의하면 디지털자산 투자자 2명 중 1명은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거래소를 찾았다. 응답자들의 최근 한 달간 거래소 접속 빈도를 집계한 결과 전체 투자자의 49.3%가 주 3회 이상 거래소를 이용했다. 또한 전체의 17.3%는 하루 두 차례 이상 수시로 거래소를 확인한다고 답했고, 16.5%는 거의 매일 접속했다.
연령별로 보면 중장년층의 이용 빈도가 두드러졌다. 하루 두 차례 이상 거래소를 확인한다는 응답은 60대가 24.8%로 가장 높았다. 50대도 22.1%로 20%를 웃돌았다. 20대(12%)와 30대(13.6%)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재단은 “50대와 6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적극적인 이용 행태를 보였다”며 “빈번한 시세 확인과 단기 매매 유도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고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지난해부터 고령층 대상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에는 부산진구에서 지역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한 사기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다만 이 같은 예방책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판단의 대부분을 비공식 채널에 의존하는 데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아서다. 국내 투자자의 절반 가량이 가족·친구 등 주변인을 통해 투자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고,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한다는 응답도 46.3%에 달했다. 반면 거래소 홈페이지·앱이나 기사 등 객관적 정보원을 활용한다는 응답은 34.2%에 그쳤다.
캐나다 역시 친구·가족·동료를 통해 정보를 얻는 비중이 34%로 가장 높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와 금융자문가를 활용한다는 비율도 20%를 웃돌았다. 재단은 “캐나다는 제도화된 투자자문 환경 속에서 디지털자산이 일부 투자자의 자산관리와 포트폴리오 상담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자산의 거래 구조와 기술 특성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다. 가장 높은 정답률을 보인 문항조차 49.9%로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으며 일부 전문용어 관련 문항은 정답률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재단은 가격 변동 위험뿐 아니라 거래의 확정·취소 가능 여부, 자산 보관에 따른 책임, 정부 보증과 피해보상 여부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스테이킹·모으기 이용률 17%대…거래소 역할 확장=국내 투자자의 거래소 의존도는 자산보관에서 더욱 뚜렷했다. 현재 투자자의 94.8%가 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 거래소는 16.6%, 온라인 기반 개인지갑인 핫월렛은 13.9%, 하드웨어 지갑 등 콜드월렛은 6.5%에 그쳤다.
이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 디지털자산 보유자의 49%가 자산을 구매한 거래소에 보관했고, 핫월렛을 이용한다는 응답도 35%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의 낮은 개인지갑 이용률은 온체인 금융 참여도가 낮은 국내 시장 특성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앙화 서비스(CEX) 이용 순위는 세계 11위인 반면 탈중앙화금융(Defi) 유입액은 48위에 머물렀다.
개인지갑 이용에는 보안 부담도 따른다. 최근 국내 기업 아이오트러스트가 운영하는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 디센트(DCENT)에서도 해킹 추정 사고가 발생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XRPL.to는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디센트 앱 지갑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7393개 지갑에서 리플 1240만2589개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원화 거래소는 단순 매매 창구를 넘어 다양한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도 활용됐다. 디지털자산 투자 경험자의 39.8%가 일반 매매 외 거래소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테이킹과 정기적으로 디지털자산을 자동 매수하는 ‘디지털자산 모으기’가 각각 17.4%로 가장 많았고, 자동매매는 14.9%, 디지털자산 대여는 7.4%였다.
투자 규모가 클수록 이용 범위도 넓었다. 3000만원 이상 투자자의 69.6%가 이 같은 부가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전문가에게 투자 판단을 의존하는 투자자 가운데서도 62.7%가 관련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재단은 “투자 규모가 크거나 투자 판단을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는 집단일수록 거래 외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현재 원화 거래소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는 해외보다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상장법인 대상 투자 시장이 열리지 않은데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무기한선물(Perp) 등 파생상품 역시 도입되지 않았다. 토큰화 주식, 스테이블코인 운용 상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해외 거래소와 비교하면 수익화 다변화 경로가 막힌 상황이다.
향후 2단계 입법으로 시장 내 서비스가 다양해질 경우 금융소비자의 이해수준과 거래 방식에 맞춘 보호체계가 요구된다. 특히 재단은 “한국은 거래소에 대한 고객자산 분리보관, 내부통제, 보안 및 운영복원력 관련 관리체계를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투자자의 높은 거래소 의존도, 정보 취득 경로, 피해 경험 등 실제 이용 실태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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