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보조금 2년 새 38% 감소
충전소 예산도 같은 기간 39%↓
청정수소발전 입찰물량 83% 축소
정부 “양적 확대서 선별 지원으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한국 수소사업 발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수소경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정작 지원 규모를 빠르게 줄이면서다.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2년 연속 삭감돼 내년이면 2025년보다 약 40% 감소하고, 충전소 예산과 세제 혜택, 수소발전 입찰물량까지 줄어든다. 정부는 청정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정책 재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주요국이 에너지 안보를 앞세워 수소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지원을 줄이는 ‘엇박자’가 뚜렷해지고 있다.
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수소전기차 구매보조금 예산은 4457억원으로, 올해보다 22.6% 줄었다. 2025년 7218억원을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해, 2년 전과 비교하면 38.3% 축소됐다.
충전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수소충전소 지원 예산은 2025년 1963억원에서 올해 1897억원으로 낮아진 데 이어 내년에는 1197억원으로 줄어든다. 2년 만에 약 39% 감소하는 셈이다.
車·충전소뿐 아니다…세금·발전시장까지 동시 축소
지원 축소는 구매보조금에 그치지 않는다. 세제 혜택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승용 수소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는 올해 대당 최대 400만원에서 내년 300만원, 2028년 150만원으로 낮아진 뒤 2028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취득세도 현재 최대 140만원까지 감면되지만, 이 혜택은 내년 말 종료된다.
버스에 대한 세제 지원도 축소 대상이다. 시내·농어촌·마을버스용 전기·수소버스는 차량 공급 시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면제받고 있다. 현행법상 면세 기한은 2028년 말까지지만, 정부는 이를 올해 말로 2년 앞당겨 종료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과 발전 수요를 만들어주는 시장도 축소됐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올해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물량은 청정수소 500GWh, 일반수소 930GWh다. 지난해 공고 물량 대비 청정수소는 83%, 일반수소는 28% 각각 줄었다.
향후 시장 규모를 내다보기도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수년 치 입찰물량을 미리 제시했지만 올해는 2026년 물량만 정하고 2027년 개설 규모는 내년에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생산설비와 저장·운송망, 발전소 등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수소산업 특성상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소 제도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꼽혔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수소법’을 제정했고, 2024년에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도 열었다. 이처럼 정부 주도로 수소시장 기반을 넓혀 왔지만 최근 들어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낙찰 부진·입찰 취소…정부, ‘양적 확대’서 ‘선별 지원’으로
시장 형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최근 정책 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2024년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는 6500GWh 가운데 750GWh, 약 11.5%만 낙찰됐다. 정부가 설정한 상한가격이 실제 발전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업자들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입찰은 아예 취소됐다.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섞어 사용하는 방식이 정부의 ‘2040 탈석탄’ 정책과 충돌한다는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수소산업 포기가 아닌 정책 재편으로 보고 있다. 단순 보급 확대보다 탄소감축 효과와 경제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취지다.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입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 청정수소 생산을 키우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희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두 사례 모두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시장은 형성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한국은 가격 지원 및 정책금융 체계가 미흡해 민간 투자 유인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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