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0조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46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본예산에서 잡았던 39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75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초과세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넣을 경우 기금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내년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운용하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와 당해연도 세입예산을 초과한 초과세수 등을 재원으로 한다. 예상 밖의 세수 증가로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훨씬 커진다.

그런데 내년도 미래대응기금의 지출사업 편성을 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순수 지출사업 131건 가운데 부처 요구안보다 감액된 사업은 6건에 불과하다. 119건은 부처 요구가 원안 그대로 반영됐다. 아동기본수당 2조9300억원,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1조1700억원, 문화예술패스 79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업들을 별도 기금에서 지원하는 게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처 요구에 없던 사업 4건이 추가됐고, 요구안보다 증액된 사업도 있다. 통상적인 정책사업이라면 일반 예산에서 우선순위와 재원 배분을 놓고 국회의 심사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의 국고보조사업비를 최장 3년간 쓸 수 있도록 하고, 주요 항목의 지출액도 일정 범위에서는 별도의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없이 조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기금의 규모가 큰 만큼 보다 엄격한 운용 원칙과 사업 선정 기준, 검증 과정이 따라야 한다. 기금 사업은 경제 성장의 선순환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엄격히 골라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세수 호황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과 기업 실적이 꺾이면 법인세 수입도 줄 수 있다.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지속적인 지출사업에 쓰면 재원이 줄었을 때 지출을 다시 줄이기도 어렵다. 늘어난 세수의 일정 부분을 국가채무 관리와 재정 여력 확보에 쓰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금리 상황에서 국채 이자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20년 17조원 수준이던 정부의 국채 이자 지급액은 올해 30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의 상당액이 이자 부담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기금의 취지에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