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팩션 윤리 도마 올라
장동혁 “표현의 자유 좌파 전유물”
제작사 “특정 인물 배후 규정하지 않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추석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은 영화 ‘암살자(들)’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질주하고 있으나, 스크린 밖에선 역사 왜곡 공방이 한창이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 가설을 다룬 서사를 두고 보수 정당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상영 중단’까지 요구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에 “정치적 의도가 배제된 순수한 창작의 산물”이라며 정면 돌파하고 있다.
2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 나흘간(24~27일) 140만 7천여 명을 쓸어 담으며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고지를 밟았다. 전날까지 누적 관객 156만 6000여 명을 달성했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으로 현대사 팩션 흥행 불패를 이어온 제작진과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연기 앙상블이 관객을 끌어당긴 결과다.
그러나 영화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이 저지른 저격 사건의 배후로 북한·조총련 단독 범행 외에 ‘박정희 정권 또는 중앙정보부(KCIA) 기획설’이라는 가설적 의혹을 대사로 다루면서 뇌관이 터졌다.
여권은 즉각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이자,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역사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규정했고, 유영하 의원도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가 박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했다.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성토했다. 방송인 홍혜걸 역시 SNS에 “유족이 생존해 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긴급 성명을 내고 상영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재단은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파장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다양한 공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며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극 중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았다”면서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를 넘어선 정치적 목적은 없으며 순수한 창작물로 바라봐 달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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