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중기부 장관 취임사

성장 11회·AI 6회…양극화 해소 전면에

역대 장관 상생·회복·글로벌·AI 등 시대별 화두

금융·노동까지 중기부 역할 확장 의지도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성장’ 11번, ‘AI·인공지능’ 6번, ‘규제’ 5번, ‘양극화’ 4번.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취임사를 관통한 핵심 정책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이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성장의 과실’부터 ‘성장 모멘텀’, ‘진짜 성장’, ‘성장판’, ‘성장의 결실’까지 취임사 곳곳에서 ‘성장’을 11차례 언급했다. 우리 경제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로는 ‘양극화’를 지목하면서 인공지능(AI) 전환과 규제개혁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성장의 주체가 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제시했다.

가장 많이 등장한 ‘성장’은 취임사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 장관은 우리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성장의 과실은 일부에 집중되고, 대다수 국민이 일하는 현장에는 그 온기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거대한 성장 흐름’, ‘성장 모멘텀’, ‘진짜 성장’, ‘성장판’ 등의 표현을 잇달아 사용했다.

성장과 함께 취임사 전면에 놓인 문제의식은 양극화였다. 이 장관은 취임사 첫 번째 주제부터 ‘양극화와 AI 대전환 시대,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로 잡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역, 거대 플랫폼과 골목상권 사이의 간극을 언급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 곧 중기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투자와 국가 전략산업의 성장 효과를 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장관은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기업과 국가 전략산업을 거론하면서 “역사적인 성장 모멘텀과 거대 국가 프로젝트가 소수 대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취임사를 역대 중기부 장관들과 비교하면 ‘성장’을 중심에 두면서 AI와 규제개혁, 양극화 해소를 연결한 점이 두드러진다. 역대 장관들도 취임 당시 경제 상황과 정책 과제를 반영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7년 홍종학 초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수호천사’와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2019년 박영선 전 장관은 ‘상생과 공존’을 정책철학으로 내세우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권칠승 전 장관 때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과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코로나19 이후 2022년 이영 전 장관도 취임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2024년 오영주 전 장관 때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직전 장관인 한성숙 국무총리도 디지털·AI 등을 활용한 중소벤처기업의 ‘진짜 성장’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이 장관 역시 ‘성장’과 AI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이 장관은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확산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이를 위해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규제개혁에도 힘을 실었다. ‘규제’는 취임사에서 5차례 등장했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스스로 ‘규제개혁 장관’이 되겠다고 밝히며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판을 누르는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기부의 역할도 기존 소관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과 노동, 유통·플랫폼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중기부가 먼저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기능을 되살리는 데 중기부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책임’도 취임사에서 7차례 등장했다. 이 장관은 “권한보다 책임을 먼저 새기는 장관이 되겠다”라며 다른 부처와 부딪히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일일수록 자신이 앞에 서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일하다 생긴 문제라면, 그 책임은 여러분이 아니라 제가 지겠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출범 10년을 맞는 중기부의 조직 운영 방향으로는 ‘정부 안의 스타트업’을 제시했다. 직급과 관계없이 토론하고 불필요한 보고와 형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