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강연

“추격형 성장 넘어 ‘온리 원’ 혁신으로”

“AI 시대 새로운 가치 만드는 1%에 집중해야”

“리더는 본성 거슬러 리스크 부담해야 혁신 가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새로운 기준이 새로운 성장을 만든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새로운 기준이 새로운 성장을 만든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신뢰가 있는 사람이 혁신할 수 있고 혁신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한국이 혁신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의 ‘신뢰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처음 만들어내는 과정인 반면 신뢰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축적되는 만큼 두 가치를 처음부터 동시에 충족하려 해서는 과감한 도전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혁신을 위해선 이미 검증된 사람과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감수할 수 있는 리더십과 기업 간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혁신은 태어나는 순간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줄어들지만 신뢰는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만들어진다”며 “혁신과 신뢰를 한 시간, 한 공간에서 동시에 만들 수 없다. 신뢰가 있어야 혁신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혁신 국가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순 때문에 혁신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協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업은 협력(協力)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개념으로, 각자가 가진 능력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결과물을 결합한다는 개념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주체에게 처음부터 오랜 기간 축적된 신뢰까지 요구할 경우 혁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도 ‘추격’에서 ‘창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다른 국가와 기업이 만들어 놓은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과 표준,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혁신의 차이는 ‘가격 결정권’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경쟁자가 존재하면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혁신을 만들어내면 공급자가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 경쟁자가 있으면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한다”며 “혁신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경쟁자가 없다면 만든 사람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혁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 같은 혁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훌륭한 발명과 혁신도 99% 이상은 이미 다른 사람이 생각하거나 만들어 놓은 것을 토대로 한다”며 “과거 대한민국은 이 99%를 따라가면서 성장했지만 새로운 성장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하지 않은 1%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엄청난 속도로 기존 지식을 습득하고 기억한다”며 “앞으로 사람은 AI가 대신할 수 있는 99%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1%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이 과정에서 ‘일’과 ‘고생’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기존 지식을 반복적으로 습득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을 줄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하면 정작 해야 할 일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며 “기준은 출발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고, 표준은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줄이는 방법이며, 시스템은 목적지에 정확하고 빠르게 도달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혁신의 최종 책임은 조직 구성원이 아닌 리더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과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혁신을 직원 개인에게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개선은 조직원이 할 수 있지만 혁신은 리더의 몫”이라며 “조직에서 리스크를 최종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리더이고, 기업에서는 창업자와 CEO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과거의 추격형 성장 공식을 넘어설 수 있느냐도 결국 리더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은 사람의 본성과 본능”이라면서도 “그 본능만 따라서는 혁신도 세계 1등도 만들 수 없다. 이를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과거에는 남보다 많이 하고 빨리 따라가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먼저, 더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어렵고 힘든 과정을 극복해야 더 큰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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