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의 이달 통계를 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의 값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장에서도 고가주택 매물은 연초대비 수억원 내렸다고 전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 움직임을 서울 전체로 확대해 보면, 안타깝게도 집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지난주(9월 셋째주·한국부동산원 기준) 85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의 종전 최장 기록과 같다.

상승 폭을 보면 당시보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85주 누적 상승률은 17.5%로 당시 7.7%의 두 배를 웃돈다. 강남 집값은 내렸지만 그 외 집값이 그보다 더 크게 올랐단 뜻이다. 물론 이 때문에 서울 집값 격차는 좁혀졌다.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매맷값으로 나눈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KB부동산)’은 이달 6.28배로 집계됐다. 올해 1월 6.92배로 역대 최고치를 세운 후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중저가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평범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84만원에서 이달 5억5292만원으로 10.4%가 올랐다. 2분위는 더 크게 올라, 같은 기간 7억9902만원에서 9억1813만원으로 15% 가까이 치솟았다. 지금 서울에서 실수요자가 노려볼 만한 중저가 아파트(2분위)를 사려면, 연초보다 1억2000만 원 이상을 더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소수의 초고가 시장을 겨냥해 엄격한 대출 한도를 적용하고 세제 압박을 가하는 사이, 역설적으로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예고 없이 쏟아진 갑작스러운 규제책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막힐 수 있다”는 조급함과 불안을 심어주며 중저가 집값을 올린 주요 요인이 됐다.

실제로 본지 집계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다섯 건 중 한 건(22%) 가량은 정책대출 기준인 6억원 이하에 몰렸다. 선택 가능한 가격대가 좁아진 실수요자의 발길이 그나마 접근 가능한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곳의 가격마저 오르면 다음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전월세를 구하려는 이들은 더 절박하다.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2253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6억6948만원에서 7.9% 오른 값이다.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연간 상승폭 5.3%보다도 크다. 전세 보증금 감당이 어려워지자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도 4.29%로 201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엑스(X)에 “강남불패·부동산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초고가 주택 가격을 잡고 소수의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고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감에 움직이는 투기적 움직임도 진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100억원짜리 집이 95억원이 되든 90억원이 되든,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체감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건 7억원대 집이 9억원으로 오르고, 2년마다 전세보증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현실이다. 집값 안정의 성적표는 비싼 집의 하락폭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고 주거비용을 실질적으로 안정시키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성연진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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