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OST, 동해고유잘피 활용 ‘자율형 블루인프라’ 개발
- 수심 6~25m 잘피숲 조성, 연안침식·수산자원 감소해결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파도에 쓸려 사라지는 동해안 모래를 콘크리트 방파제가 아닌 ‘바닷속 풀’로 지키는 기술 개발이 본격화된다. 파도의 힘을 줄이고 모래를 붙잡는 토종 잘피로 ‘살아있는 자연 방파제’를 만들어 연안침식과 수산자원 감소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동해연안 자율형 블루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국민체감 R&D 10선’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동해 연안은 모래 유실과 생태계 기능 저하, 수산자원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동해안 60곳이 연안침식 ‘심각’ 또는 ‘우려’ 단계에 놓여 있다. 기존에는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자연 생태계를 활용해 연안을 스스로 회복시키는 방식에 도전한다.
KIOST 동해연구소 도종대 박사 연구팀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47억1000만원을 투입, 동해고유잘피를 활용한 ‘자율형 블루인프라’ 구축 기술을 개발한다.
핵심은 동해 수심 6~25m에 자라는 왕거머리말과 수거머리말이다. 잘피의 촘촘한 잎은 파도의 힘을 약화시키고 뿌리는 모래를 붙잡아 유실을 막는다. 잘피숲은 물고기와 조개가 알을 낳고 성장하는 서식처 역할도 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조성 이후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스스로 성장하고 번식하는 잘피 서식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방파제와 인공어초가 담당했던 연안 보호 기능을 자연 생태계로 보완하는 셈이다.
2029년까지 진행되는 1단계에서는 실제 잘피 서식지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파도 감쇠와 모래 이동 억제 효과를 측정한다. 위성과 드론, 수중센서로 확보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동해 잘피 분포 지도로 구축한다. 잘피숲에 모여드는 물고기와 조개 등을 조사해 수산자원 증대 효과도 분석한다.
2030~2031년 2단계에서는 실제 동해 연안에 잘피 서식지를 조성해 기술을 실증한다. 장기 관측을 통해 연안침식 저감과 생물다양성·수산자원 증가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고 해역별 관리지침도 마련한다.
연구팀은 2031년까지 실증해역에서 침식 ‘우려·심각’ 구간을 현재보다 30% 줄이고 해양생물 다양성을 30% 높인다는 목표다. 잘피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활용한 블루카본 확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도종대 박사는 “동해고유잘피는 파도의 힘을 줄여 모래를 지키면서 수산자원까지 키우는 살아있는 연안 블루인프라”라며 “조성 후 스스로 성장하고 유지될 수 있어 관리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연안침식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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