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지원협약서 체결 조건 내걸어 20여개 사 반발...RFID 시스템도 불공정 주장

여수시 죽림지구 꿈바다어린이도서관이 준공돼 내년 7월에 개관된다. /박대성 기자
여수시 죽림지구 꿈바다어린이도서관이 준공돼 내년 7월에 개관된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여수시가 발주한 사업비 7억 3000만 원의 ‘꿈바다 어린이도서관 ICT 시스템 구축 사업’의 낙찰자(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가운데 대다수 업체들이 불공정 입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한경쟁입찰(협상에 의한 계약) 입찰 조건으로 사전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 협약을 이번에 낙찰된 A업체와 체결하도록 사실상 강제했고, 자가 대출·반납이 가능한 전자태그 방식의 ‘RFID’ 자동화시스템까지 포함해 발주한 것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입찰이라는 주장이다.

여수시(시장 서영학)에 따르면 소라면 죽림지구에 사업비 130억 여원을 투입해 연면적 2495㎡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여수꿈바다어린이도서관’을 최근 준공했으며 장서와 디지털 시설 등을 추가로 보강해 공식 개관 시기는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여수지역 최초로 개관 예정인 어린이도서관은 유아자료실과 공동육아 나눔터, 꿈바다체험관, 울림터, 배움터 등을 갖추고 어린이 특화 공간(ICT 정보통신기술 시스템) 및 RFID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순천, 광양을 통틀어 동부권 최고 시설의 어린이도서관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여수시가 어린이도서관 ICT 시스템 구축 사업(예산 7억 3000만 원)을 발주하면서 특정 A업체와 협약을 체결한 ICT 5개 품목에 대한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 협약체결을 요구했는데 이 금액이 3억 원으로 비율로는 전체 사업비의 41%나 된다.

A업체와의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 협약서 체결을 요구한 것이 전체 사업비의 41%에 달해 입찰을 준비했던 업체들이 사실상의 마진(이윤) 포기를 강요하는 불공정 발주라는 불만이다.

이 조건은 발주처인 여수시에서 특정 업체와 특정 금액을 구매키로 하고 입찰공고에 ‘이 협약서는 본 계약 체결 전에 특정 업체가 향후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고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미리 약정하는 문서로 향후 본 사업에서 이 물품을 공급하고 필요한 기술지원을 하겠다는 사전 약속으로 단순한 양해각서보다 구속력이 있다.

입찰을 포기한 모 업계 관계자는 “7억 입찰에서 3억원을 특정 업체와 기술 협약을 맺어야 나라장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너무 과도한 제한이자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면서 “본공고에 앞서 사전 공고에서 무려 21개 업체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원성이 쏟아졌는데 여수시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긴급입찰’로 띄우고 10일 만에 마감해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서 “공동수급과 하도급 금지, 직접생산확인증명서, 최근 3년간 통합실적, 특허 보유 배점, 기술 지원협약 등의 경우 대다수 업체의 반발이 일자 일부 표현은 바뀌었지만 불공정 경쟁 조건은 유지된 채로 본공고가 떴는데 누가 어떤 근거로 검토했고 무엇을 반영하거나 검토했는지 대조표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에 의하면 사전 공고에는 대개 2~3건의 문의가 일반적인데 기술지원협약 조건에 20여개 사가 이의제기를 한 것은 이례적이며, 반발이 커지자 발주기관인 여수시는 “오타나 오류”라며 일부 문구는 수정했지만 ‘긴급입찰’ 방식을 고수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물은 준공했지만 장서를 구입하고 시스템을 갖춘 뒤 개관까지는 1년(2027년 7월 예정)이 남았는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긴급입찰’로 ‘나라장터’에 공고를 올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의심스러운 입찰 행정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찰이 시작되자 동종업계 20여개 사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2개 사로 확인됐는데, A업체 외에 사전 설명회조차 불참했던 B업체만 입찰에 참여했고 2개사를 대상으로 제안 설명회를 거쳐 개찰한 결과 ‘내정설’이 돌았던 A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 2개 사는 다른 공공도서관과 정보통신사업에도 쌍둥이처럼 나란히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사례가 확인돼 입찰용으로 참여한 ‘들러리 회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여수시어린이도서관의 ICT 입찰 발주 금액 규모가 다른 지역 도서관과 달리 압도적인 액수라는 점도 특이점이다.

경기 하남시어린이영어도서관 ICT 입찰이 1억 3600만원, 괴산군립도서관 ICT 구축사업 1억7100만원 등에 비해 여수어린이도서관은 7억원대로 발주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다.

도서관 ICT입찰 조건도 논란거리인데 관련 특허를 5건 이상 보유한 업체에 3점을 배정했고, 수정을 거쳐 최종안은 5건에서 2건으로 완화했지만 배점은 유지했으며, 일부 시스템에는 관련 특허기술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설계했고 평가배점도 ‘시스템 특허 보유’(2건) 배점을 3점으로 해 다른 항목(배점 1점)과 눈에 띄는 차별을 뒀다.

책 뒷면에 부착될 RFID 바코드 견본.
책 뒷면에 부착될 RFID 바코드 견본.

업계 관계자는 도서(책) RFID 사업 또한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구매가 가능한 품목임에도 경쟁입찰(1억원 초과)을 피하려 ICT 시스템 발주에 포함시킨 것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RFID 자가 대출반납기와 무인반납기에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인증제품을 여수시 어린이도서관이 외면한 것도 논란거리이다.

현행 디지털포용법은 무인정보단말기를 장애인과 고령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접근성 검증이나 인증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하고 있음에도 공고문과 제안요청서에 이들 인증 제품을 우선 검토했다는 내용은 누락됐다.

이같은 논란에도 여수시는 최근 개찰을 실시해 A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2주 간 우선협상대상자(협상에 의한 계약)와 협상을 벌여 10월 6일 내에 최종적으로 선정업체를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시청 홈페이지에는 ‘여수꿈바다어린이도서관 ICT 시스템 구축’ 제안서 평가 점수 결과 평가위원 8명의 배점은 공개됐지만 기술능력평가 배점 항목인 ‘정성평가(70점)’만 공개하고, 정량평가 20점(20%)와 입찰가격평가 10점(10%)은 여전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도서관운영과 관계자는 “협상에 의한 계약 평가 결과 공고는 제안서 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정성 평가(70%)만 공개 대상”이라며 “직접입찰의 경우 정량평가(20%)는 올릴 수도, 안 올릴 수도 있다는 회계과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물품지원협약을 내건데는 어떤 업체들이 시장경제를 흐리고 우리 콘텐츠의 확보되지 않은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업체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면 의견을 들어서 수용하는 절차이며 물품지원확약서가 필수조건이 아니고 여타업체가 더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면 가능하다”며 “긴급입찰로 공고한 것은 시 집행부에서 올해 예산을 다 집행을 해야하고 추경 예산이라 긴급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수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낙찰 결과의 중요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 확인하라는 시 행정에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여수시가 지난 4월 ‘섬의 날’ 행사 대행업체 선정 입찰 과정에서 평가에 의혹이 발생하자 선정 결과를 취소하고 재평가한 사례가 있듯 불공정 입찰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세금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찰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건의하고 있다.


parkd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