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컴퓨터 수리로 용돈 벌던 공학도
룸메이트와 뉴스·숏폼 등 ‘앱공장’ 바이트댄스 창업
중국 ‘IT 빅3’에 기대지 않는 창업정신으로 새 질서
독자 알고리즘 집중…매년 기업가치 2배씩 수직상승
초기투자 외면했던 VC, 고속성장에 뒤늦게 투자 경쟁
9년만 경영일선 퇴진에도 142조원 亞 최대부호 등극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과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두 인도 재벌의 각축장이었던 아시아 부호 순위에 이달 대격변이 일어났다. 올해 43세인 중국 스타트업 창업주가 창업 14년만에 아시아 최고 부호로 등극한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에 인생을 건 남자. 독자적 알고리즘을 앞세워 중국 3대 빅테크의 ‘텃세’를 이겨냈던 청년이 아시아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사람이 됐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그렇게 자신의 베팅을 성공으로 입증했다.
그의 개인사는 드러난 게 많지 않다. 개인사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하고, 자신을 내세우는데 서툰 성향 때문이다. 중국 푸젠성 룽옌에서 공무원인 부모님 밑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텐진 난카이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한 것이 IT 혁신가로서 이력의 시작이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정부 과학기술위원회에서 근무하다 전자제품 공장을 차렸는데, 이후 집에서 장이밍과 과학 연구 프로젝트와 발명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아버지와의 대화로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할 수 있다.
난카이 대학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연을 선사했다. 바로 아내와 바이트댄스 공동 창업자인 량루보다. 그는 대학 시절 웹사이트를 만들고 학생들의 컴퓨터를 수리해주는 것으로 용돈을 벌었는데, 이 때 그에게 컴퓨터 수리를 맡겼던 여학생이 답례로 저녁 식사를 제안한 것이 그와 아내의 첫 데이트가 됐다. 그는 2016년 난카이 대학교 입학식에서 축사하며 그렇게 만난 아내와 교제하다 결혼하게 된 이야기를 공개한 바 있다.
대학시절에도 그는 모범생으로 유명했다. 수업에도 결석하는 일이 없었고, 독서나 코드 짜는 일 정도가 학업 외에 하는 활동의 대부분일 정도였다. 그는 졸업 후 여행 검색 스타트업 쿠쉰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입사 2년차때 벌써 40~50명 규모의 팀을 이끄는 팀리더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초고속 승진 비결에 대해 자신의 업무 범위를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했던 것을 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품 기획까지 함께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열의는 경영진과의 의견 충돌로 회사를 2년만에 퇴사하게 하는 배경이 됐다. 그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지사로 옮겼지만 6개월여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트업인 ‘판토우닷컴’으로 이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는 그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업무가 크게 어렵지 않아, 근무 시간의 절반은 독서를 했다고 전했다. 그가 봉급 생활자로 재직한 경력은 다 합해봐야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기간은 그에게 IT 업계의 업무 방식을 익히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그는 2009년 부동산 검색 서비스인 ‘99팡(지우지우팡)’을 창업하며 본격적인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장이밍은 대학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량루보와 함께 바이트댄스를 창업했다. 2012년 바이트댄스가 처음으로 출시한 서비스는 이용자 맞춤형 뉴스 앱인 ‘진르터우탸오’였다. 흔히 ‘터우탸오’로 불리는 이 앱은 ‘오늘의 헤드라인(Today’s Headlines)’이라는 뜻인데, 수백개 언론사의 뉴스와 동영상을 모아 이용자의 수요에 맞게 제시하는 앱이다.
이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이 세상에 변혁을 불러올 것이란 장이밍의 예측을 실현한 서비스였다. 장이밍은 뉴스앱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앱 구현에 편집자를 한 명도 쓰지 않았다. 오직 엔지니어들의 알고리즘 구축 역량에 집중한 것이 터우탸오의 성공 비결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이용자의 관심사를 AI가 학습해, 그에 맞는 기사를 찾고 형식을 정리한 뒤 독자 개개인에 맞춰 뉴스피드를 구성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우리는 매우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다. 제품과 기술 모두에서 미국 기업을 모방한 회사가 아니다,
바이트댄스는 창업 당시 중국에서 IT 창업 붐이었음에도 투자 유치에 애를 먹었다. 주요 벤처캐피탈(VC)이 외면한 가운데, 겨우 서스퀘하나인터내셔널그룹의 투자를 받았다. 구글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뉴스앱을 아이템으로 한다는 것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중국 기술 분야 창업에서는 필수였던 ‘빅 3’와의 제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국 IT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 3’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이들과 제휴하는 것을 ‘성공 법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바이트댄스는 독자적인 알고리즘 구축을 강조하면서 이들과 제휴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뉴스를 가져와 뉴스피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언론사나 인터넷사이트, 기존 뉴스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중국 스타트업계의 ‘메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터우탸오의 초고속 성장과 2016년 숏폼 동영상 앱 ‘더우인’의 출시 등으로 장이밍은 기존 투자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2018년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750억달러로 평가됐는데, 이는 우버를 제치고 세계에서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소프트뱅크, 세쿼이아 캐피탈 등 내로라하는 벤처투자사들이 초기에 바이트댄스에 투자를 거절했다가 뒤늦게 후속 투자 라운드에 앞다퉈 뛰어들기도 했다. 현재 바이트댄스의 투자사 목록에는 소프트뱅크 외에도 KKR, 제너럴 애틀랜틱, 세쿼이아 등 글로벌 VC업계의 ‘정수’가 빼곡하게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 ‘더우인’으로 출시했다가 해외에 ‘틱톡’이란 이름으로 나온 숏폼 동영상 앱은 바이트댄스의 성공에 불을 붙였다. 틱톡은 숏폼으로 소통하는 Z세대들의 특성을 파고들며 ‘젠지(Z세대)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바이트댄스는 이후 언어로 지시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동영상을 생성해 주는 앱 ‘뮤지컬리’를 8억달러에 인수·합병하면서 글로벌 1위의 숏폼 플랫폼을 일궜다.
장이밍은 핵심 고객층인 Z세대의 감성을 체득하기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이나 회사 경영 방식도 혁신적인 것들을 많이 고안했다. 그는 중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회사에서는 아무도 나를 사장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우리는 평등과 진정성의 정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계급이라는 개념은 혁신을 제한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는 생산성 관리 앱에 자신의 일정을 모두 올려놓는다. 직원들이 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오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그의 일정이 비는 시간을 골라 그와의 회의를 예약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 전원에게 직접 틱톡 동영상을 만들어보게 했고, 이들은 일정 수 이상의 ‘좋아요’를 받지 못하면 ‘벌칙’으로 팔굽혀펴기를 해야 했다.
나는 사교성이 그다지 좋지 않고,
인터넷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무엇이 가능할지 생각하는 것 같은
혼자 하는 활동을 선호한다.
바이트댄스의 초고속 성장이 한창이었던 2021년 장이밍은 갑자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10년간 바이트댄스를 이끌었던 38세의 그는 “나에게는 이상적인 관리자가 갖춰야 할 일부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사람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 역할에서 회사를 더 잘 지원할 수 있다”며 차례로 CEO직과 회장 및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그와 공동창업했던 량루보가 이끌고 있다.
CEO직을 내려놨지만 그가 바이트댄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의 장기 비전을 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현업에서 물러났음에도 그는 지난 2024년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다. 20% 가량 지분을 갖고 있는 바이트댄스의 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으로 포춘지가 산정한 그의 순자산은 493억달러(약 67조원)였다.
올해 9월에는 그의 지분 평가액이 더 늘어, 자산 1055억달러(약 143조4000억원)로 아시아에서 최고 부호가 됐다. 이는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의 가우탐 아다니 회장(자산 1048억달러),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813억달러),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637억달러) 제친 것이다. 현재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5770억달러(약 78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2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던 당시 2500만달러(약 340억원)로 평가됐던 것에 비하면 기업가치가 14년만에 2만3000배가 뛴 셈이다. 2012년 창업 초기부터 14년 동안 바이트댄스의 연평균 기업가치 증가율(CAGR)을 계산하면 대략 연 92~104% 수준이다. 기업가치가 장기간에 걸쳐 매년 거의 두 배씩 증가한 셈이다.
가족들과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는 근황만 전해지던 ‘은둔의 기업인’ 장이밍은 지난해 이례적인 공개 행보로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의 인재 육성기관인 즈춘혁신센터 출범 행사에 참여해 연설한 것이다.
터우탸오가 구글처럼 ‘국경이 없는’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이 센터는 장이밍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인재 양성 기관으로, 매년 16~18세의 청소년 30명을 모집해 수학과 물리학, 컴퓨터과학, AI 등의 분야를 무료로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이밍은 당시 언론에 “탄탄한 전문지식과 고도로 특화된 기술을 갖춘 인재가 많지만,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 많은 사람의 잠재력이 여전히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재 발굴과 육성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모교 후배들을 격려하거나 인재 교육에 기여할 때에 간혹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에도 자신의 고향인 푸젠성 룽옌에 5억위안(약 1010억원)의 교육기금을 기부한 바 있다. 인재 양성에 욕심을 내는 그의 행보는 바이트댄스가 일군 성공을 넘는, 새로운 혁신의 원동력을 찾는 모습일 수도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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