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시비를 시작으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상영 중단’ 요구에 이어, 정치권발 ‘차이나 머니 유입설’까지 더해지며 스크린 밖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제작사는 이틀 연속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서사 왜곡 논란과 자본 의혹을 모두 정면 반박했다.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 및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주도 아래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의견은 존중하지만, 투자 및 제작 자본에 관한 사항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인 만큼 사실과 다른 정보가 확대·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설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주 의원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중국 국유기업 중신그룹의 계열사인 씨엘에스에이 캐피탈이 하이브미디어코프에 4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그만큼 중국 자본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며, 투자를 빙자해 중국에서 배후 조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비롯한 육영수 여사 추모·기념 단체와 여권 지도부는 극 중 묘사된 1974년 사건의 정권 개입 가설을 문제 삼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재단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제작사가 역사 왜곡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영화 상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박정희 모욕이 표현의 자유인가”)와 주진우 의원(“패륜적 범죄이자 엄정 처벌 사안”) 등 여권 인사들의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제작진은 28일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목적이 없는 창작물”이라고 1차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튿날 정치권에서 ‘중국 자본 배후설’까지 제기되자 연쇄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역사 왜곡 공방과 상영 중단 요구가 거세지면서, 영화를 소개하거나 감상평을 남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무차별 ‘좌표 찍기’와 악플 테러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영화 유튜버는 영상을 삭제하거나 사과 방송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독자 417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영화 전문 유튜버 ‘지무비(G-Movie)’는 최근 채널에 게시했던 영화 ‘암살자(들)’ 소개 영상을 예고 없이 삭제했다. 개인적인 관람 후기를 남겼던 창작자 역시 곤욕을 치렀다. 구독자 약 24만 명을 보유한 ‘김단군’은 ‘암살자(들)’을 관람한 뒤 서사의 완성도와 감상을 전하는 리뷰 영상을 게시했으나 비난 여론이 일자 별도의 라이브 영상을 통해 “누군가에게 불편한 영화일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무지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극장가에서는 연휴 직후 평일 관객 낙차와 논란이 맞물리며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8일 ‘암살자(들)’은 6만 7000여 명(매출액 점유율 26.8%)을 동원해 ‘타짜: 벨제붑의 노래’(6만 8000여 명)에 약 1000 명 차이로 밀려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실관람객 인증 기반의 CGV 골든에그지수는 9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포털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조직적 ‘별점 테러’로 인해 2.2점에 머무르는 등 평가의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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