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온누리상품권 발행액 상당수가 의약품 구매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8월까지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전국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의약품 관련 업종이었다. [장철민 의원실. 중기부. 그래픽:챗GPT]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온누리상품권 발행액 상당수가 의약품 구매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8월까지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전국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의약품 관련 업종이었다. [장철민 의원실. 중기부. 그래픽:챗GPT]

올해 1~8월 ‘약’ 관련 3291곳서 2329억원

결제 가맹점 상위 5%에 전체 결제액 60% 집중

2024년 환수 결정 40억원 중 납부 5억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상위 10개 가맹점 가운데 절반이 의약품 등을 취급하는 가맹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약 관련 가맹점 3291곳에서 결제된 온누리상품권만 2300억원을 넘었다. 전체 결제액의 60%가 결제 상위 5% 가맹점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과거 부정유통 적발 건에 대한 환수 실적도 저조했다. 2024년 부정유통과 관련해 정부가 환수를 결정한 금액은 40억4000만원이지만 실제 납부액은 5억3300만원에 그쳤다.

‘약누리상품권’?…결제 상위 10곳 중 5곳이 ‘의약 가맹점’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온누리상품권 현황 자료’를 본지가 의약품 취급 점포를 ‘의약 가맹점’으로 묶어 별도로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온누리상품권 결제가 발생한 의약 가맹점은 3291곳으로 전체 결제 가맹점의 1.6%였다. 이들 점포에서 사용된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은 2329억원으로 온누리상품권 전체 결제액(3조3369억)의 7.0%를 차지했다. 점포 수 비중과 결제액을 비교하면 결제액 비중이 4배 이상 높았다.

결제 규모 최상위권에서도 의약 가맹점이 두드러졌다. 중기부가 제출한 가맹점별 자료를 취급품목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면 결제액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의약 가맹점으로 나타났다. 결제액 1위는 서울 종로구 보령약국골목 소재 의약 가맹점으로 올해 1~8월 355억원이 결제됐다. 2위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의약 가맹점으로 144억원 등이었다. 5위와 6위, 8위도 의약품 가맹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곳 가운데 의약 가맹점 5곳의 결제액을 합하면 725억원 수준이다. 의약 가맹점은 서울 종로구와 남대문시장, 광주 등 여러 지역에 분포했지만 상위권에 반복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다른 업종보다 높은 결제 집중도를 보였다.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1위는 약국, 2위는 모 의원으로 소위 ‘마운자로 성지’로 유명세를 탄 두 곳이다.

결제액 상위 두곳의 올해 상반기(1월~6월)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은 260억원과 102억원이었다. 그런데 7월과 8월 두달 사이 1위 업체는 95억원이, 2위 업체는 42억원의 결제가 더 늘어난 셈이다. 두 곳은 온라인상에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른바 ‘마운자로 성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소비자들이 의약품 구매에 온누리상품권을 다수 사용하는 것은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온누리상품권을 고가 의약품 결제에 사용하면 일반적인 소액 소비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절감액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상위 5%의 소수 가맹점에서 전체 결제액의 60%가 결제돼, 온누리상품권의 애초 발행 목표였던 전통시장활성화 및 소상공인 지원 방향과도 다소 차이가 난다는 문제도 나타났다. 결제액 상위 5%인 1만231개 가맹점에서 사용된 결제금액은 2조33억원으로 전체의 60.0%를 차지했다.

상위 1%인 2047곳만 따져도 결제액이 1조2026억원으로 전체의 36.0%에 달했다.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3분의 1 이상이 전체 결제 가맹점의 100곳 중 1곳에 집중된 셈이다.

환수 결정 40억원…실제 환수는 13%

2024년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적발 건은 182건으로 집계됐다. 적발 가맹점의 해당 기간 온누리상품권 매출액은 3274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환수 결정이 내려진 금액은 40억4000만원이다. 그러나 올해 8월까지 납부가 완료된 금액은 5억3300만원으로 환수 결정액의 13.2%에 그쳤다. 아직 납부되지 않은 금액은 35억700만원이다.

형사 절차도 상당수 진행 중이다. 2024년 적발과 관련해 고발된 가맹점은 22곳이다. 이 가운데 판결이 확정된 곳은 4곳으로 1곳은 징역형, 3곳은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1곳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7곳은 검찰 송치 또는 수사 단계다. 나머지 10곳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2024년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문제는 당시 국정감사를 계기로 크게 불거졌다.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가맹점이 대구 팔달신시장 내 채소 관련 점포로 등록돼 있었는데 대표자는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 등 가족 관계였다. 이 가운데 2곳은 등록된 주소에서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점검도 이어졌다. 중기부는 당시 고액매출 등을 기록한 가맹점 449곳을 두 차례 현장 점검해 134곳에서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상품권을 매집해 부정 환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포와 환전을 목적으로 개설된 이른바 ‘유령점포’ 등도 적발됐다.

올해도 부정유통 관련 신고는 수백건씩 나오고 있다. 부정유통 신고 접수·처리 건수는 2024년 647건, 2025년 493건, 2026년(8월까지) 399건이다. 올해 8월까지 처분이 확정된 적발 건은 5건이고 해당 가맹점의 관련 매출액은 2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부]
[중기부]

법인 한 곳이 8개월간 310억 구매

온누리상품권 구매 단계에서도 일부 법인이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1~8월 지류 온누리상품권을 가장 많이 산 법인의 구매액은 31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법인의 지류 온누리상품권 구매액 2008억원의 15.4%를 한 법인이 차지했다. 2위 법인의 구매액은 160억원, 3위는 67억원, 4위 54억원, 5위 34억3200만원이었다. 상위 10개 법인의 구매액을 모두 합치면 740억700만원으로 전체 법인 지류 구매액의 36.9%에 달했다.

단일 법인의 대규모 구매는 이전에도 있었다. 각 연도 구매액 1위 법인은 2024년 397억원, 2025년에는 491억원어치의 지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했다. 다만 연도별 1위 법인이 동일한 업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중기부는 “법인별 구매액이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다”며 법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지류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이 가장 많은 금융점포는 우리은행 양재중앙금융센터였다. NH농협은행 aT센터가 2위였고 새마을금고 영등포당산, 부산진신협, 대구대동신협, 대구대서신협, 새마을금고 대전중부, 남양주신협, 삼성전자새마을금고, 대명신협 등 순이었다.

법인의 온누리상품권 구매는 개인 구매와는 달리 한도가 적용되지 않아 한 곳당 수백억원까지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수 법인의 구매 목적과 실제 유통 경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철민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이 일부 업종과 가맹점에 과도하게 쏠리는 구조는 제도 취지에 맞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부정유통뿐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에서도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지 중기부가 사용 구조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