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는 오랜 세월 우리 농촌과 함께해 온 가축이다. 턱수염이 난 생김새 때문에 ‘염우(髥牛)’라 불리기도 했으며, 국내 재래 염소의 사육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확인된다. ‘동의보감’에도 염소의 고기와 뿔, 젖 등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우리 생활과 식문화에 깊숙이 자리해 왔다.
오늘날에도 염소고기는 보양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축산 먹거리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육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염소 사육두수는 61만8000 마리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산업의 외형적 성장만큼 농가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수입산 염소고기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산 염소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수입량 증가에만 있지 않다. 국내산 염소고기가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염소고기는 여전히 보양식 중심으로 소비돼 소비층과 소비 방식이 제한적이고, 가정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조리할 수 있는 상품과 판매처도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가 국내산과 수입산을 쉽게 구분하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런 과제를 갖고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최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국산 염소고기 통합브랜드 ‘농협염소’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농협이 생산부터 도축·가공·유통까지 통합 관리하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염소고기 소비 확대에 나선 것이다. 우선, 농협이 ‘농협염소’ 브랜드를 출범시킨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이름 하나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다. 국내산 염소고기에 소비자가 믿고 고를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농가가 정성껏 키운 염소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유통 기반을 만들기 위한 농협의 약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이 개발한 전용 사료부터 지정 농가의 사육, 개체별 전산 이력관리, 위생이 검증된 도축, 상품화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기준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소비자는 보다 안심하고 국내산 염소고기를 선택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생산과 소비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염소고기를 특별한 날 찾는 보양식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가정과 외식에서 보다 친숙하게 즐기는 일상적인 먹거리로 넓혀가야 한다. 정육은 물론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경험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농협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가 ‘농협염소’를 만날 수 있는 접점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다.
국내 염소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생산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믿고 선택하며, 그 선택이 다시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에는 무엇보다 ‘신뢰’가 있어야 한다.
농협은 ‘농협염소’를 그 신뢰의 이름으로 키워나가고자 한다.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염소고기의 선택 기준을,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 ‘농협염소’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든든한 가교이자 우리 염소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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