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못 찾아 사실상 청약문턱 제거
원주 무실3차 모집, 유주택자 가능
거주지·청약통장·소득 등 요건 완화
“공공분양 조차 빈집…인프라 부족 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공공분양주택의 잔여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입주 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최초 공급에서 입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단지들이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잔여 물량이 계속 발생하면서 사실상 청약 문턱을 없애는 수준까지 조건을 낮추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공공분양 잔여세대가 대규모로 남아 추가 모집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원주 공공분양도 미달…청약 자격 대폭 완화=3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8일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무실동·판부면·흥업면 일원 원주무실지구 A-2블록 공공분양주택에 대해 ‘자격완화 추가 입주자모집 공고’를 냈다. 이번 모집 물량은 182세대다. LH는 올해 4월에도 잔여세대 191세대를 대상으로 추가 모집을 진행했지만 물량이 남으면서 다시 모집에 나선 것이다. LH 공고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최초 입주자모집 이후 올해 4월 추가 모집을 거쳐 이번에 세 번째 모집에 들어갔다.
원주무실 A-2블록은 총 560세대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295세대가 공공분양 물량이다. 전용면적은 74㎡ 88세대, 84㎡ 207세대로 구성됐다. 가격은 74㎡가 3억5699만~3억7978만원, 84㎡가 4억419만~4억2999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팸플릿에서는 KTX 원주역 역세권 입지와 육민관중·고등학교, 대형마트·원주시청 등 생활 인프라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초 공급에서 295세대 가운데 113세대만 모집되면서 182세대가 잔여 물량으로 남았다. 당초 공급 물량의 약 38%만 소진된 셈이다. 이후 추가 모집에도 물량이 남자 LH는 이번 모집에서 자격을 사실상 전면 완화했다.
이번 공고에서는 만 19세 이상 성년자와 법인이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신청할 수 있고, 거주지역이나 입주자저축 가입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소득·자산 요건과 과거 당첨 사실도 적용하지 않는다. 원주무실 A-2블록 기계약자나 부적격 당첨자도 신청할 수 있다.
통상 공공분양은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며, 입주자저축 가입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원주무실 A-2블록 추가 모집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청약 자격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천에서도 공공분양 잔여세대가 대거 발생했다. LH는 지난 23일 인천가정2지구 B2블록 공공분양 308세대 가운데 252세대에 대한 잔여세대 추가 입주자모집 공고를 냈다. 전체 물량의 약 82%가 잔여세대로 남은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 4월 308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최초 입주자모집을 진행한 뒤 7월에도 234세대에 대한 추가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
LH 청약플러스에서도 9월 들어 잔여세대나 추가 모집에 나선 분양주택 공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주무실 A-2블록과 인천가정2 B2블록을 비롯해 시흥하중 A-4블록, 광주전남혁신 빛가람LH1단지, 광주효천2 LH천년나무6단지, 익산평화 공공분양주택, 대전대동2 1BL 등에서도 잔여 물량을 대상으로 한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공공기관 2차 이전, 환경에 가장 중요”=공공분양 시장의 잔여세대 문제는 전체 주택시장에 나타나는 지방 미분양과도 맞닿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전월보다 917가구(1.3%) 늘었다. 수도권은 1.7% 줄었지만 지방은 2.5% 늘어난 4만9998가구를 기록하며 전체의 72.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공분양 시장에서도 미분양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방의 인프라 부족을 꼽는다. 산업·일자리 기반이 약한 지방에서는 신규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이를 받아줄 실수요층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교통과 교육, 생활편의시설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은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더라도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수도권은 같은 공공분양이라도 서울 접근성이 좋거나 교통망 확충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 LH가 올 연초에 발표한 ‘숫자로 보는 2025년 LH 공공주택 청약’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 공공분양에서 과천주암, 고양창릉, 하남교산 등은 각각 154대 1, 104대 1, 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같은 공공분양 상품이라도 입지에 따라 수요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분양조차 빈집이 발생한 데는 수요에 맞지 않는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지방에 인구와 산업의 새로운 유입이 있기 전까지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미분양이 현실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서울에 집적된 기능을 지방에 분산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인구가 지방에 내려가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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