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경기 남부 등 수도권 핵심지 상승세 두드러져

서울은 저가 아파트 상승폭 커지며 격차 축소

서울 도심의 한 부동산에 매물 가격표가 부착돼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도심의 한 부동산에 매물 가격표가 부착돼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하위 간 격차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가 오히려 좁혀졌지만, 경기 남부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국 단위의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키 맞추기’ 되지만…전국 격차는 더 벌어졌다

30일 KB부동산의 9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4.0배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가격순으로 전국 아파트를 5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을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14.0배라는 것은 하위 20% 아파트 14채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상위 20%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하위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은 5분위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1분위보다 훨씬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달 전국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650만원으로 전월(15억8544만원)보다 2106만원(1.3%) 올랐다. 반면 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1억1509만원으로 전월(1억1500만원)보다 9만원(0.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서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3~8월 10.1배까지 높아진 뒤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번에 처음으로 14배를 넘어섰다.

KB부동산은 전국 240개 시·군·구 6만2220가구를 표본으로 주택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KB부동산 등록 중개업소가 입력한 시세를 바탕으로 자체 검증을 거쳐 산출한다.

영통·동탄은 계속 신고가, 수도권 집값 격차 벌어져

전국 상위 20% 집값이 오른 건 수도권에서는 이른바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경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3% 올라 서울(0.13%)을 웃돌았다. 경기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 1~4위 지역도 모두 경기지역이었다. 수원시 영통구가 1.09%로 가장 높았고 권선구(0.66%), 용인시 기흥구(0.48%), 화성시 동탄구(0.45%)가 뒤를 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의 신도시 전경. [헤럴드 DB]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의 신도시 전경. [헤럴드 DB]

이들 지역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거수요에 더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의 ‘사내 대출’과 같은 주거 복지가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와 가까운 수원 영통구는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영통구 영통SK뷰 전용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일 11억19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1억원을 넘어섰다. 인근 힐스테이트영통 전용 84㎡도 지난 14일 15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탄구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 84㎡ 타입도 지난 5일 16억3500만원(42층)에 손바뀜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기흥구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는 같은 평수가 11억원(28층)에 팔리며 처음 11억원대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국 단위 양극화의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꼽는다. 질 좋은 생활 인프라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 집값의 부진이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다.

반면 경기 남부에 형성된 ‘불장’은 인근 지역으로 이어지는 2차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수원을 판 이들은 광교와 분당을, 광교와 분당을 판 이들은 위례, 송파구 문정동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인근 지역으로 유동성 유입 효과가 나타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 주택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 집값이 주춤하고 중저가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5분위 배율은 6.3배로 지난해 5월(6.1배)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서울 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전월보다 0.42% 오른 34억7456만원을 기록한 반면, 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5억4138만원에서 5억5292만원으로 2.13% 상승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