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현 마스코트 ‘지바군’
태풍 중 타지역 ‘출장’에 “무책임” 비판
“타지역 활동 안 하겠다” 발표
과한 여론에 ‘SNS 자경단’ 비판론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에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지자체의 마스코트가 비판 여론에 ‘자숙(自肅)’을 발표하는 일이 발생해 이목을 끌고 있다. 태풍 피해가 극심할 때 타지역 행사에 출연했다가 “무책임하다”는 여론이 일자 ‘타지역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과도한 여론몰이의 희생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지바(千葉)현은 지난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 현(縣)의 캐릭터인 ‘지바군’ 이름으로 “친구 여러분에게, 지바군은 잠시 현외(外)에서의 활동을 쉬기로 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바현 관계자는 “힘든 결단이었지만, (비판이 쏟아지는) 사태를 가라앉히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바군은 지바현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2007년 만들어졌다. 옆모습이 지도상 지바현의 모양과 비슷한 것이 특징인데, 주로 지바현 관광과 특산품을 프로모션하는 활동을 한다. 언뜻 개처럼 보이나 개는 아니며, 성별이나 연령은 딱히 없다. 지역 마스코트이지만 인기가 높아서 엑스(X·옛 트위터)의 팔로워는 33만명이나 된다.
지바군이 자숙을 선언한 것은 태풍 25호가 지바현을 강타하며 폭우가 쏟아진 지난 21일 오사카에서 열린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가한 것이 원인이 됐다.
‘현민을 두고 도망쳤다’, ‘배신했다’, ‘지나치게 조심성 없다’, ‘무책임하지 않나’ 등의 진지한 비판글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쏟아졌고, 결국 현 밖에서의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활동 중단 소식에 응원글이 이어지자 지바현은 나흘 후인 28일에는 “여러 가지 고민했는데, 오늘부터 현 안팎에서 활동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고, 결국 지바군은 정상 활동으로 돌아갔다.
단순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지바군의 자숙 발표를 놓고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등장했던 ‘자숙 경찰’이 재소환되며 타인의 강요에 의한 자숙 즉 ‘타숙(他肅)’을 하게 되는 무거운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자숙경찰은 팬데믹 당시 자숙하라는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사람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자경단 활동이다. 당시 SNS에 방역지침 위반자에 대해 ‘자숙하라’는 글을 올리거나 영업하는 가게에 욕설을 적는 식의 활동이 퍼졌다.
오타 하지메 도시샤대 교수는 “자신이 정의를 대표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그런 의견에 편승해서 맹비난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때의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오히려 ‘동조압력(자신의 뜻에 동조하라는 압력)’이 강해지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바군의 활동이 태풍 피해 복구나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타인에게 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댓글을 다는 방식은 ‘자숙’이 아니라 ‘타숙’이 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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