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구조적 차별의 돌파구] ②
국제인권단체가 본 고령여성의 빈곤
“뿌리 깊은 사회적 압력이 가해져”
“출산·육아 여성, 일터에서 밀려나”
출산크레딧·연금제도 등 개선 촉구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한국 사회의 젠더화된 연령차별(gendered ageism)을 포착했습니다. 고령 여성들이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브리짓 슬립(bridget sleap) 휴먼라이츠워치 노인인권국 선임 전문연구원)
지난달 30일 헤럴드경제는 ‘나이도 많고, 여자라고(Too Old and A Woman)’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브리짓 연구원과 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학자가 본 한국 사회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지난 8일 발간된 이번 연구보고서는 28세부터 87세까지 한국 여성 41명을 심층 면접해 얻은 내용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여성에게는 연령차별뿐 아니라 성별차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브리짓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뿌리 깊은 사회적 압력과 문화 규범, 고용 관행을 통한 구조적인 성차별이 여성이 혼인이나 출산을 하면 일터에서 밀려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40~50대에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려는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는 그들이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보다 좁고 임금이 더 낮으며 고용 형태도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브리짓 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나이 먹은 게 죄인가요?(Punished For Getting Older)’의 후속적 성격이다.
연이어 한국사회의 고령 문제에 대해 지적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연령차별이 고령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중 고령 여성들은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며 “연구팀이 만난 여성들은 연령차별만이 아니라 고령과 성별이 결합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성이 일하는 생애 내내 겪는 사회적·제도적 차별이 나이가 들수록 누적되고, 이들은 점점 저임금, 불안정,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리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브리짓 연구원은 한국의 연령차별과 성차별이 교차 지점을 들여다 봤다고 한다.
한국 사회 고령 여성의 빈곤은 특히 연금 격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차별은 다른 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한국의 연금 격차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령액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47% 적게 받았는데, OECD 평균은 23%이다”며 “여성에게 불리한 연금 제도의 다른 특징들 역시 한국에만 있다”고 지적했다.
브리짓 연구원이 뽑은 제도는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제도다. 출산 크레딧 제도는 아이를 낳은 부모 중 1명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얹어주는 혜택이다. 브리짓 연구원은 “2025년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받았다”며 “대다수 아버지가 고소득자이기 때문인 것인데, 이러한 부분이 한국의 젠더화된 연령차별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말 출산크레딧 수급자 9999명 중 남성이 9727명으로 97.3%로 집계됐다. 반면 여성은 272명으로 2.7%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20대부터 8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여성을 만났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변했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브리짓 연구원은 “경력 단절과 육아를 둘러싼 사회적 압력이 완화됐다고 느끼는 여성은 만나지 못했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은 경력 개발을 위해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두 삶의 방식이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세대를 걸친 차별이 지속되면 한국 사회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고령 여성 노동자에게 불리한 정책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구조적 차별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한국은 점점 더 많은 인구가 경제적 안정은 물론,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조차 배제되는 사회가 될 위험이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는 여성 노인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손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환경과 연금제도를 개선하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브리짓 연구원은 “성차별과 연령차별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정년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모든 사용자에게 성별근로공시제에 따른 임금 공개 의무화, 연령·성별로 구분된 데이터 확보, 연금제도 개정, 정부 재정 지원 고용 서비스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실시 등을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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