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기획관 “실행가능성 높은 광역연합부터”
박완수 “행정통합 아니면 특별연합은 무의미”
통합경험 광주단체 “시민합의 없이 통합 안돼”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재부상한 부산·울산·경남 초광역 통합 논의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행정통합을 곧장 추진해야 한다는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달리, 부산시 정책 실무책임자가 공개토론회에서 ‘광역연합 우선’ 입장과 로드맵에 쐐기를 박으면서 부산시와 경남도 간 온도차가 확연해졌다.
부산시 윤정노 기획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시티호텔에서 열린 ‘2026 남부권발전포럼’ 토론에서 “장기적으로는 행정통합을 과제로 볼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실행가능성이 높은 광역연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행정구역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광역교통·산업·인재양성 등 합의된 사무부터 공동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8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광역행정을 운영하는데 공무원 수백명 채용하고 청사 만들고 할 필요는 없다. 각 시도에서 5명씩 15명 정도만 해도 광역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그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행정통합이 아니면 특별연합은 의미가 없다”고 한 바 있다.
지난달 8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제4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도 박 지사는 “민선 8기 때 부산시장과 함께 발표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로드맵이나 추진절차에 관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특별지방자치단체 방식은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 전재수 시장은 “전남광주에서 행정통합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메가시티와 같은 특별연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바 있다. 여기에 부산시 기획관의 입에서 ‘연합 우선론’이 나오면서, 통합방식을 둘러싼 부산시와 경남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재욱 신라대 명예교수는 “2022년 출범한 부울경특별연합이 반년만에 사실상 해체된 원인은 권한과 재정이 없는 ‘껍데기 연합’이었고 주민공론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양자택일 대신 부울경 광역연합과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동시 착수해 각각의 속도에 맞춰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2026년 하반기~2027년 상반기 광역연합 재출범 준비와 공동사업 본예산 편성 ▷2027년 하반기~2028년 특별법 확정과 주민투표 ▷2029년 이후 통합특별시의 광역연합 사무·조직·자산 승계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이다.
토론에서는 방법론 다툼 자체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당장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전략조차 공동대응 못하고 있는 게 부울경”이라고 꼬집으며 “방법론 싸움에 역량을 소진하지 말고 해양수도권을 명분으로 해양조세권 등 실질적 권한부터 확보하자”고 했다.
정현민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2022년 특별연합 실패 원인을 ‘사업발굴 미흡’에서 찾으며 “일자리와 산업, 교통 등 주민 체감 공동과제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했고, 이용주 울산대 교수는 인구 770만명, 지역내총생산 300조원이라는 숫자만으로 편익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며 “핀란드처럼 비용절감 효과보다 지역간 갈등조정 비용이 컸던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조기 행정통합을 경험한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시민 합의가 보장되지 않으면 통합 논의는 출발조차 해선 안 된다”며 “막상 행정통합을 해보니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광주·전남이 20조원 인센티브를 보고 통합에 나섰고 호남반도체 등 선물이 쏟아졌지만 받을 그릇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곁들였다.
kaf20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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