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검사 4명 사직 인사글 게시

중수청으로 자리 옮기는 이들도 인사

검찰청 폐지를 하루 앞둔 1일 춘천지검 속초지청 입간판이 교체 작업으로 바닥에 놓여 있다. [연합]
검찰청 폐지를 하루 앞둔 1일 춘천지검 속초지청 입간판이 교체 작업으로 바닥에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78년 역사의 검찰청 폐지를 하루 앞둔 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조직을 떠나는 80년대생 일선 평검사들의 작별 인사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검찰 구성원으로 일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동료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는 한편, 검찰청 폐지를 앞둔 착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이프로스에는 조재익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사법연수원 44기), 오광일 수원지검 검사(변호사시험 4회), 이준명 서울중앙지검 검사(변시 8회), 박철량 대구지검 검사(43기) 등 4명이 자신들의 사직을 알리는 글을 게시했다.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준비단에 파견 중인 최준환 검사(43기)도 전날 오후 다른 검사를 통해 사직 인사를 전했다. 이들 다섯 명은 모두 80년대생 평검사들이다.

조재익 검사는 “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그냥 막연히 어렸을 때 ‘정의의 수호자’라는 멋진 말에 혹해 그때부터 검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조 검사는 “언젠가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쓸 사직 인사였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쓰게 돼 저 스스로도 당황스럽다”며 “솔직히 제가 사직을 하는 것인지 다른 청으로 이동하는 것인지 분간도 안 되는데 이렇게 사직 인사 쓰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다시 검찰이 ‘검찰’의 이름을 되찾고 그 본연의 역할을 다시 수행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그러한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광일 검사는 “대한민국 검사가 됐다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출근날이 됐다”며 “지난 11년5개월 동안 함께 근무했던 실무관님, 수사관님, 계장님, 그리고 선후배님들 덕분에 무사히 마지막 출근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준명 검사는 “고민 끝에 검찰을 떠나 10월 2일자로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며 “직접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게 도리이나, 미처 인사를 못 드린 분이 있어 사직 인사를 올리게 됐다”고 했다.

이 검사는 “저는 검찰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정말 좋았다”면서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우려스럽고, 가기 싫은 그 길 앞에서 우리를 막고 있는 두려움과 주저함은 신중함으로 거듭나고, 우리가 가진 의지와 용기는 지혜로 피어나길 바라겠다”고 강조했다.

박철량 검사도 “10월 1일자로 사직을 하게 돼 사직 인사를 드린다”며 “검사로 임관해 13년 동안 여러 훌륭하신 동료들과 함께 큰 과오 없이 막중한 검사의 직분을 수행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 국외유학까지 다녀왔던 일, 이 모든 것이 저는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더라도 제가 입은 혜택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에 파견 중인 최준환 검사의 사직 인사도 다른 검사를 통해 전날 게시됐다. 최 검사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검사로 일하면서 받은 사랑과 가르침이 많기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고자 글을 남긴다”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꿈같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보람과 즐거움이 많았다”며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복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후배들에게 “너무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저마다의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며 “힘든 날에는 곁에 있는 동료들에게 기대고, 좋은 날에는 서로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검찰청은 이날 마지막 업무를 한 후 폐지되고 2일 공소청이 새롭게 출범한다. 조직 전환을 앞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기존 조직의 해체와 새로운 업무 체계를 둘러싼 불안감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는 특히 검사들의 줄사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앞서 조직을 떠나는 중간간부 검사들도 잇따라 사직 인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윤원기 수원고검 검사와 노선균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사직 인사를 올렸다. 윤 검사는 “18년5개월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노 차장검사는 “부족한 제가 검사로서 20년간 봉직할 수 있었던 것은 모범이 된 선배님들과 든든한 동기들, 열정 넘치는 후배님들 덕분이었다”며 “검찰 구성원 여러분들이 소나무처럼 굳건한 이상 검찰의 미래 또한 밝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소창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도 지난달 30일 사직 글을 남겼다. 소 부장검사는 “우리는 단 한번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한 적 없다”며 “그것이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그토록 존경하는 이유”라고 했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