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투자 팩트시트 공개

텍사스 AI DC 발전소 건설·운영 참여

대형 원전 8기 중 한국형 2기 확보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투자 추진

2000억弗 한도 명시 추가부담 차단

한미 양국이 총사업비 223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최대 1200억달러)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다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양국의 공식 합의 문서에 ‘검토 착수’ 수준으로 명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공식 투자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양국 간 사업 확정 수준에 간극이 나타났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텍사스 가스복합발전과 미국 원전 건설, 알래스카 LNG 등 3개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팩트시트(설명자료)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30일 한미 무역합의와 같은 해 11월 14일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조선 협력(1500억달러)과 전략적 투자(2000억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중 팩트시트에 담긴 전략적 투자 가용 재원은 2000억달러다.

양국은 우선 첫 사업으로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6.472기가와트(GW) 용량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총사업비는 223억달러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 개시 이후 단계적으로 2032년까지 전체 설비를 가동한다.

이 사업은 글로벌 부동산개발 업체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즈와 미국 1위 발전운영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주도하고, 텍사스주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에서 부지·천연가스·용수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

한국 기업은 발전 기자재 공급과 설계·시공, 장기 운영·유지보수 등 사업 전반에 참여한다. 미국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유사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기업이 터빈 등 기자재를 공급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발전에 따른 변동비를 수요자가 부담하고 발전소는 설비용량 기준 고정요금을 받는 톨링(tolling) 방식 전력공급계약(PPA)으로 수익을 낸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20년간 최소 430억달러에서 최대 450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원전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미국 내 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APR1400 2기와 AP1000 6기 등 최대 8기의 대형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총사업 규모는 1200억달러로, 원전 건설비 1000억달러와 예비비 200억달러로 구성된다.

한미 양국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이 중 최소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로 지어진다. 비용은 대미투자기금에서 건설비 1000억달러와 예비비 2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를 투입한다. 서명 주체는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이 중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양국은 연말까지 100억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이 대상이다.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장주기 품목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자금이다.

웨스팅하우스(WEC)에 대한 한국 기업의 소수 지분 투자도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분율은 5∼10% 수준으로 조율 중”이라며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사기업들이 함께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조율하는 것은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국의 이사회 진입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서유럽 등 웨스팅하우스가 쥐고 있는 제3국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투자 주체와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들 원자로가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주에 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서는 양국의 온도차가 컸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는 한미 양국이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미국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 벤더와 공급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한국에 알래스카 LNG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경제적으로 타당한 가격을 전제로 한국 측의 LNG 구매계약 체결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며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엄청난 승리”라며 성과를 부각했다.

러트닉 장관은 관련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국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에 대한 총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5대 5 수익 배분을 유지하고, 원리금 회수가 끝난 뒤에야 미국 측이 90%를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투자 한도 역시 명문화했다. 프로젝트가 추가되거나 사업비가 늘어나도 MOU에서 정한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명시해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한편 관세율 15% 명시와 관련해 김정관 장관은 지난달 22일 대미투자 협상 관련 백브리핑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합의문에 관세를 직접 명시하는 것은 맞는 장면이 아니어서 아쉽게도 빠졌다”면서 미국 측이 무역법 301조 등 어떤 형태로든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이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등에 대한 조사를 확대한 가운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또한 김 장관은 이 같은 대미 투자가 무역법 301조를 비롯한 미국의 자의적인 관세 인상과 수입 제한 조치 등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협상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털어놨다.

그는 “더 이상 불리한 통상 규제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며 “앞으로의 대미 통상 관계도 고비를 계속 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산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어느 정도 구체화해서 받았다”며 “철강 관세 역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날 때마다 제기하고 있으며, 해주겠다는 답변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반도체 투자 요구 여부와 관련해서는 김장관은는 “(지난해 체결한) MOU상 반도체 문구가 들어가 있고 여러 항목이 포함돼 있지만, 이번 논의의 전체적인 틀에서는 빠졌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