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분증·게임 IP 메달로 화폐 제조 의존도 낮춰
지난해 매출 6395억원 역대 최대…전통 화폐사업 비중 19%
2031년 ‘세계 최초 디지털 조폐기관’·매출 1조원 목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때 공사가 ‘제2의 석탄공사’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1일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현금 사용 감소로 주력인 화폐 제조사업이 위축되던 당시를 이같이 돌아봤다. 화폐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온 역사만으로는 올해 결국 문을 닫은 석탄공사처럼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조폐공사는 모바일 신분증과 디지털 상품권, 문화상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창립 80주년인 2031년에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조폐기관’과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39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5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4400억원대로 줄었지만, 이후 2년 만에 2000억원 가까이 반등했다. 전체 매출에서 전통 화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까지 낮아졌다.
사업 재편의 축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 수출이다. 지폐 위변조를 막으며 축적한 보안기술을 디지털 환경에서 신원과 진위를 확인하는 기술로 확장하고, 화폐 제조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소비자 대상 상품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ICT 분야에서는 모바일 신분증과 디지털 상품권 사업을 확대했다. 실물 화폐의 신뢰를 지키던 공기업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신뢰를 확인하고 보증하는 역할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문화사업에서는 정부와 금융기관 중심의 거래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화폐 부산물 업사이클링 브랜드 ‘머니메이드(MONEYMADE)’다.
조폐공사에서 발생하는 파쇄 은행권 부산물은 연간 약 100톤에 달한다. 과거 비용을 들여 폐기하던 부산물을 돈볼펜과 돈방석, 돈봉투, 돈키링, 돈달력 등 생활·문화상품의 소재로 바꿨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머니메이드는 버려지는 돈에 부와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더해 자원순환과 문화상품을 결합했다.
국민과 민간기업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개방형 플랫폼 ‘머니랩’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와 함께 상품을 기획하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면서 화폐 제조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게임·콘텐츠 기업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기념메달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출시한 ‘디아블로 30주년 기념메달’은 금메달 한 개의 판매가격이 479만5000원에 달했지만 일부 제품이 판매 시작 20분 만에 품절됐다.
앞서 2023년에는 ‘메이플스토리 20주년 기념 금메달’과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기념메달’이 완판됐다. 화폐와 메달을 제조해온 기술에 게임·문화 IP를 결합해 수집 수요를 끌어낸 것이다.
다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한국형 예술형 주화다. 금·은 등 귀금속에 국가의 역사와 문화, 상징물을 디자인해 투자·수집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미국의 독수리, 캐나다의 단풍잎, 중국의 판다, 호주의 캥거루 주화 등이 대표적이다. 조폐공사는 올해 하반기 한국형 예술형 주화 시범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폐공사는 이러한 사업 전환을 바탕으로 2031년 매출 1조원 달성을 추진한다. 지난해 매출보다 약 3600억원을 늘려야 하는 목표다. 기존 제조 역량을 디지털 서비스와 문화상품, 해외시장으로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성 사장은 “지금까지의 75년이 대한민국의 신뢰를 만들어온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5년은 한국조폐공사가 세계의 신뢰를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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