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표에 정부 “합의보다 더 나가”
러트닉, 韓우려 이해…추진 최선 입장 전해
마스가 후속 협상 미국 제도 개선 지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데 대해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로는 대미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한국산 가스터빈 공급과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후속 협상 등을 꼽았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발표에 따른 사후 브리핑을 열고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 미국과 합의한 것은 세 문장”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과 한국이 같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절차 충족을 전제로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한국이 우호적인 가격으로 LNG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의 투자 여부나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도 5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한미 협력 개시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공식 합의와 온도 차를 드러냈다.
김 장관은 미국 측 발표에 대해 “오늘 보도된 내용이 합의한 내용보다 더 나간 것에 대해서 저희가 러트닉 장관에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하고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미국 측이 밝힌 사업비가 670억달러에서 540억달러, 다시 500억달러로 바뀐 데 대해서도 “미국도 지금 프로젝트가 단단하게 돼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알래스카 지역과 LNG 사업에 정치적·사업적 관심이 있는 반면 한국은 투자금의 원리금 회수에 관심이 있다며 미국과 치열하게 협상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업 규모가 줄어든 것 자체는 한국 측에 비교적 긍정적이라면서도 최종 사업비는 미국 측 자료를 받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이 제시한 연방정부 주도 방식이 구체화하면 사업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알래스카 LNG는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과 혹독한 기후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 비용 초과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김 장관은 “미국 연방정부가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인허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인력 수급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면 사업성이 이전보다 개선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측의 구체적인 자료를 받은 뒤 전문가 검토와 현지 실사를 거쳐 투자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대미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한국산 가스터빈이 공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 “미국은 2029년에 필요한데 우리 업체들이 그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기존 수주 물량과 납기 등을 고려해 미국 측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발전소 보조기기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에서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해 “순서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이런 부분들도 순서를 놓고도 한참 씨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AP1000 2기를 먼저 건설한 뒤 APR1400과 AP1000 각 2기를 병행하고 나머지 AP1000 2기를 건설하는 구상이다.
김 장관은 “병행이라고는 하지만 순서상으로는 APR1400이 먼저”라며 미국에서 원자력 기술을 배워 온 한국이 미국 본토에 한국형 원전을 건설한다는 점에서 국내 원전업계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팀코리아와 웨스팅하우스는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서로 신뢰를 회복해서 조그마한 파이를 놓고 싸울 게 아니라 더 큰 파이를 놓고 같이 협력하면 서로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미 협력으로 시장을 지키고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원자력은 보통 100년 비즈니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처음에 논의하고 짓고 운영하고 해체하는 과정까지 양국의 신뢰가 없으면 하기 힘든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다만 AP1000 건설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보장되는 최소 발주 물량이나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 장관은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우선한다는 내용이 합의에 담겼지만 구체적인 보장 물량은 없다며 미국 측도 한국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와 주기기·기자재 제작 업체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참여를 원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역량이 충분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PR1400 건설을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존 협정 개정이 필요하며 기술 사용료와 역무·연료 관련 조건도 추가 협상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대규모 사업의 자금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가능성에 대해 “그것과 상관없이 연간 보내는 한도는 200억달러로 정해졌다”며 “돈 보내는 스케줄하고 사업 진도가 어느 정도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텍사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송금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손익 통합 장치에 대해서는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해당 사업을 포함한 전체 프로젝트의 수익 배분 비율을 5대 5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사업의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더라도 전체 투자금의 원리금이 회수되기 전에는 해당 사업의 수익 배분 비율이 1대 9로 바뀌지 않는 구조로, 일본과의 대미투자 합의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제도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미국 측이 해줘야 할 지금 부분들이 지금 진도가 안 나가고 있어서 미국 측에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면서 프로젝트 전반이 정리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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