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인제대, ‘뇌-호르몬-관절’ 연결 기전 규명, 사이언스 게재

- 수용체 차단하자 연골 손상 감소, 새 골관절염 치료제 가능성↑

고혈압이 관절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AI생성 이미지]
고혈압이 관절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AI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고혈압이 퇴행성관절염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고혈압으로 증가한 뇌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관절까지 이동해 연골 파괴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호르몬의 신호를 차단하자 연골 손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남대학교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학교 전장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고혈압이 골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분자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골관절염과 고혈압은 고령층에서 흔히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그동안 고혈압 환자에게서 관절염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됐지만 혈관 질환인 고혈압이 어떻게 관절과 연골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절염이 심할수록 고혈압과의 관련성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고혈압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고혈압이 실제 골관절염 진행을 가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연결고리는 뇌에서 분비돼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바소프레신(AVP)’과 이를 받아들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다.

바소프레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돼 체내 수분 조절과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이다.

고혈압 상태가 되면 혈액 속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건강한 연골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AVPR1A 수용체가 관절이 손상되거나 노화될수록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두 요소가 만났을 때 발생했다. 고혈압으로 늘어난 바소프레신이 연골세포의 AVPR1A와 결합하자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는 활성화되고, 반대로 연골을 유지하는 신호는 억제됐다. 결국 연골 파괴가 빨라지면서 골관절염이 악화됐다.

반대로 연구팀이 생쥐에서 AVPR1A를 유전자 수준에서 제거하거나 기능을 억제하자 고혈압으로 인한 연골 손상이 크게 감소했다.

뇌 호르몬 AVP가 골관절염 악화시키는 기전.[전남대학교 제공]
뇌 호르몬 AVP가 골관절염 악화시키는 기전.[전남대학교 제공]

이번 연구는 골관절염을 단순히 ‘관절이 닳아서 생기는 질환’으로 바라보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뇌와 호르몬, 관절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뇌에서 만들어진 혈압 조절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멀리 떨어진 관절에 작용해 연골 파괴를 촉진하는 ‘뇌-호르몬-관절’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새로운 골관절염 치료 전략도 제시했다. AVP와 AVPR1A 사이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연골 파괴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과 효능 검증이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관리가 심혈관질환 예방을 넘어 관절 건강과도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관절 손상이 진행된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전신 건강과 관절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류제황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골관절염 환자를 진료할 때 관절 국소 부위뿐만 아니라 고혈압 같은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바소프레신 신호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인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후속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