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때문에 떠나지 않는 마포…지역 변화는 생활권에서 설계”
4년 만에 지역구 의원으로 돌아온 정치
정비사업 속도만큼 공사비·현장 지원 중요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청년 비례대표로 서울시의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한기영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2)이 4년의 공백을 지나 이번에는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 다시 의회에 돌아왔다. 10대 서울시의회에서 비례대표로 활동하며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과 의회 대변인을 맡아 서울시정 전반을 들여다봤다면, 복귀한 지금 한 의원의 시선은 주민의 일상과 맞닿은 현장으로 한층 가까워졌다.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으로 마주하는 정치의 풍경은 다르다. 서울시 전체를 바라보던 시선은 이제 대흥동·염리동·신수동·용강동의 골목, 정비사업 현장, 학교, 돌봄시설까지 촘촘하게 내려왔다. 4년이라는 정치적 공백도 서울시정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됐다.
마포는 지금 도시의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염리동과 신수동에서는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고 대흥동·노고산동 신촌권역에서도 여러 사업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새로 짓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 도시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울 교육환경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청년은 높은 주거비에 자립을 미루며,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공사비 문제가 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도시의 외형을 바꾸는 개발과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정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가 다시 서울시의회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해법을 생활권에서 찾고 있다. 마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개발계획으로 묶기보다 동네마다 필요한 교육·돌봄·문화·체육 기반을 채워 주민이 집 앞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한 의원이 서울시정에서 특히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분야는 정비사업과 디지털 행정 전환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조합원 지위양도와 이주비 대출 등의 규제가 사업 추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는 한편, 서울시와 정부 간 제도개선 논의가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AI 행정모델과 스마트시티 실증사업 등 디지털 분야 역시 예산 증가 자체보다 시민이 실제 이용하는 서비스의 질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제도 개선을 논의했다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현장에서 실제 몇 건이 개선됐고 사업기간이 얼마나 줄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AI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좋아졌는지를 보겠습니다.”
정비사업 몰리는 마포…속도 다음 과제는 공사비와 현장 전문성
마포에서는 여러 정비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염리동 488-14 일대는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밟고 있고 옛 염리5구역인 염리동 81 일대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수동에서는 신수250 일대가 신속통합기획 자문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대흥동과 맞닿은 노고산동 신촌권역에서도 여러 지구가 공람부터 인가까지 각기 다른 단계에 놓여 있다. 용강동 우석연립은 이전고시까지 마치며 소규모재건축 사례로 자리 잡았다.
사업 방식과 진행 단계는 다르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닮은 모습이다. 인허가 기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사업 초기부터 공사비와 사업성을 얼마나 투명하게 검증하고 주민에게 설명하느냐가 사업의 안정성을 좌우한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등 제도를 손질해 왔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조합·시공자 간 분쟁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또 다른 과제가 됐다.
특히 제도가 정교해지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적용하고 주민에게 설명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 의원은 마포 관내 정비구역마다 전문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비사업현장지원전문요원 등 실무 인력을 확대해 복잡한 절차와 공사비 문제를 조합과 주민이 스스로 감당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제대로 걸러내고 설명할 사람이 없으면 주민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정비사업 현장을 지원할 전문인력이 실제로 확충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회에서 계속 확인하고 챙기겠습니다.”
정비사업을 주택 공급량이나 인허가 실적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부담과 갈등까지 의정활동의 영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미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마포 막는다…청년 자립의 출발은 주거
그가 마포의 미래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정비사업 못지않게 강조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한 의원은 앞서 언론 기고를 통해 마포지역 초등학생의 전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학교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전출이 전입보다 많은 흐름이 이어졌고, 2022년 1.42배였던 전출초과 비율은 2023년 1.51배로 확대됐다.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전출 목적지는 강남구와 양천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포가 교통·주거·문화 측면에서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교육 경쟁력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 지역 정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마포형 교육지원센터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시설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과정, 진학 등에 관한 정보를 학부모의 눈높이에서 제공하고 지역 내 교육자원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역세권마다 영유아 돌봄거점을 촘촘하게 배치해 출산과 육아 이후에도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교통도 좋고 문화시설도 많은 마포에서 아이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굳이 다른 동네로 옮길 이유가 없는 곳, 더 나아가 학부모가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마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청년 문제에서는 주거를 자립의 첫 단추로 봤다.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청년창업본부부터 청년주거·복지본부까지 10개 본부 체계를 꾸려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판단의 배경이 됐다.
그에 따르면 마포는 1인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8.7%로 서울 평균 36.1%를 크게 웃돌고 이 가운데 20~30대 비중도 높다. 청년층이 지역의 주요 생활인구를 이루는 만큼 청년정책 역시 마포의 도시정책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배달라이더와 대리기사처럼 앱을 통해 일감을 얻는 플랫폼노동자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청년 등 기존 지원제도의 틀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계층을 정책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는 청년안심주택과 같은 공급형 정책을 청년 1인가구가 밀집한 지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도 청년 당사자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년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정책을 함께 만드는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로 만들고 현장에서 검증…동마다 다른 생활정치
한 의원의 의정활동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데이터와 제도를 함께 들여다보려는 접근이다.
2023년 성동구의회와 함께 조례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책임자로 성동구 조례 379건을 분석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상위법이 개정됐는데도 과거 인용 조문이 남아 있거나 제정 이후 실제 활용도가 낮은 조례 등을 확인했다.
그는 서울시 정책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사업을 시작할 때 공식 통계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책의 근거가 되는 조례와 규칙, 실제 성과를 다시 점검하는 정례적인 재검토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자치구별·연도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축적해야 사업이 끝난 뒤에도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학 전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연구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데이터와 제도를 함께 살피는 의정활동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보 공개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10대 의회에서 대변인으로 의정 현안을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시민이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료 자체의 부족보다 복잡한 전달 방식에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정활동 자료를 사안별·지역별로 재구성하고 주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시 창구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투명성 강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은 결국 생활권 정치로 모인다.
대흥동에는 생활지원 기능을 담당할 그냥해드림센터와 마포형 교육지원센터, 염리동에는 청소년 문화의집과 안심 통학로, 신수동에는 어린이공원 수영장과 반려동물 테마파크, 용강동에는 마포 유수지 복합문화체육센터와 마포나루 관광명소화를 각각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마포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에서도 동마다 인구구조, 주거환경,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 다른 만큼 지역별 처방 역시 달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청년 비례대표로 시작했던 첫 번째 서울시의회가 서울 전체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면, 4년의 공백을 거쳐 지역구 의원으로 돌아온 두 번째 의정활동은 주민의 생활 반경 안에서 정책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정비사업으로 도시의 뼈대를 바꾸고 교육과 돌봄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청년에게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제공하는 것. 여기에 문화·체육시설을 더해 주민이 걸어서 누릴 수 있는 생활권을 완성하는 것이 그가 그리고 있는 마포의 모습이다.
한 의원은 결국 정치의 성과도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이 매일 걷는 길과 이용하는 시설에서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포 전체를 뭉뚱그린 공약 하나로는 주민이 자기 삶이 달라졌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마다 필요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완성해 걸어 다니는 길 하나, 문을 여는 시설 하나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말보다 실천으로, 약속보다 성과로 보답하겠습니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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