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I “국가별 여건 맞춘 시설농업 ODA 전략 필요”

스마트팜 등 시설농업 도입·개선 의향 88%

키르기스·우즈벡은 스마트팜 선호 80% 넘어

타지키스탄은 75% “스마트팜 비용 부담 불가”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중앙아시아 농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스마트팜 등 시설농업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초기 투자비를 꼽았다. 시설농업을 새로 도입하거나 개선하려는 수요는 높지만 전력·관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농가의 비용 부담 능력도 제한돼 국가별 여건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한 ‘농림업 분야 중점 협력국 국제개발 협력 전략 수립(8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농업인 133명을 조사한 결과 83.5%가 시설농업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높은 초기 비용’을 꼽았다. 기술 역량 부족이 31.6%로 뒤를 이었고 유지·관리 어려움은 9.8%였다. 복수응답 방식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타지키스탄 농업인의 95.0%가 높은 초기 비용을 꼽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키르기스스탄도 85.1%에 달했고 우즈베키스탄은 71.7%였다. 기술 역량 부족을 지목한 비율도 타지키스탄 45.0%, 키르기스스탄 31.9%, 우즈베키스탄 19.6%로 나타났다.

비용 장벽은 시설 수준이 높아질수록 두드러졌다. 유리온실 비용을 전혀 부담할 수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40.6%, 스마트팜은 33.8%였다. 특히 타지키스탄에서는 유리온실과 스마트팜 모두 ‘부담 불가’ 응답이 75.0%에 달했다. 반면 스마트팜의 경우 키르기스스탄은 ‘일부 부담’이 40.4%, 우즈베키스탄은 ‘절반 부담’이 37.0%로 가장 많아 국가별 비용 부담 능력에도 차이를 보였다.

시설농업에 대한 수요 자체는 높았다. 조사 대상 농업인의 시설농업 도입·개선 의향은 88%에 달했다. 선호 시설을 묻자 전체의 63.9%가 스마트팜을 선택했다. 키르기스스탄은 80.9%, 우즈베키스탄은 84.8%가 스마트팜을 선호했다. 반면 타지키스탄에서는 비닐하우스를 선택한 비율이 67.5%로 스마트팜 20.0%를 크게 웃돌았다.

중앙아시아 3개국 시설농업·스마트팜 수요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고려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도 ‘첨단 스마트팜 일괄 보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중앙아시아 농업은 물 부족과 이상기후, 토양 황폐화, 노동력 부족에 동시에 직면해 있고 전력·관개 등 기반시설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성장기인 6~7월 강수량과 수확기의 고온·가뭄이 주요 채소류 생산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해법도 달리 제시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고원지역에 적합한 보온·단열형 비닐온실과 태양열 축열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타지키스탄에는 잦은 정전을 고려한 저전력 시설과 겨울철 생산용 미니온실을 보급하는 방안이다. 시설농업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우즈베키스탄에는 기술 수준별 3단계 온실 모델을 구축하고 역내 기술이전 거점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농가가 원하는 정책도 국가마다 달랐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재정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86%, 72%로 나타나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 등의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72.5%가 시장 지원을 우선순위로 꼽아 계약재배나 수출 바이어 연계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학균 KREI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아시아에 스마트팜 시설을 단순히 보급하는 데 그치기보다 각국의 기후와 농업 여건, 농가의 부담 능력을 고려한 지원이 중요하다”며 “시설농업과 물·에너지 효율화, 인력 양성, 민관협력 등을 함께 추진한다면 중앙아시아 농업의 기후위기 대응과 생산성 향상은 물론 한국의 농업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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