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개 제지사 3년10개월 가격 담합에 과징금 3383억원
인쇄업계 “연평균 영업이익 2년치 날려…피해 회복 장치 필요”
인쇄인·가족 5005명 탄원…피해구제기금·정책금융 등 요구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021년부터 약 4년간 이어진 인쇄용지 가격 담합으로 국내 인쇄업체 한 곳당 평균 936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전체 피해 규모는 5255억원으로 추정됐다. 인쇄업계는 담합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피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피해구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이강일·김남근·김문수·송재봉 의원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쇄산업 피해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인쇄용지 담합 피해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한솔제지와 무림피앤피, 무림페이퍼, 무림에스피,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사가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10개월간 인쇄용지 판매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이 기간 모두 7차례에 걸쳐 인쇄용지 기준가격을 올리거나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6개사에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2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재 이후 실제 피해를 본 인쇄업체에 대한 보상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쇄용지 담합 피해 분석 결과 실제 지불금액을 기준으로 과다청구율 13.04%를 적용할 경우 최근 4년간 인쇄업체 한 곳당 평균 순손실이 936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인쇄업체의 연평균 영업이익 5100만원의 약 2년치에 해당한다. 인쇄산업 전체 누적 피해액은 약 5255억원으로 추정됐다.
인쇄용지는 인쇄업체의 핵심 원가 가운데 하나다. 특히 영세 업체 비중이 높은 인쇄업계에서는 용지 가격 상승분을 거래처에 그대로 전가하기 어려워 담합에 따른 가격 인상이 수익성 악화와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서치원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담합 사업자에 대한 제재에 비해 피해기업의 손해를 회복하는 장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담합 피해 집단소송제 도입과 피해 입증책임 완화, 자료제출 제도 강화, 과징금을 활용한 피해구제기금 설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와 피해구제 연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쇄업계는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4대 정책과제도 내놨다. 불공정거래 피해구제기금 신설과 피해 입증 부담 완화, 인쇄용지 가격 안정과 공정거래 환경 조성, 노후 인쇄설비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및 전문인력 양성, 정책금융·특례보증·세제지원 확대 등이다.
피해기업 전용 정책자금과 특례보증을 확대하고 기존 대출의 상환 유예·만기 연장, 세액공제 등 금융·세제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박장선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날 전국 인쇄인과 가족 5005명이 서명한 ‘인쇄산업 담합피해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탄원서’를 민병덕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박 회장은 “장기간 지속된 인쇄용지 가격 담합으로 인쇄업체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피해기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구제장치와 인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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