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간 이체는 증여로 추정
적요에 용도 적고 영수증 남겨야
2억1700만원까지 무이자 차용 가능
확정일자·매달 상환 기록이 관건
부모 병원비는 부모 카드로 내야
가족이 대신 내주는 연대납세 고려할만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약 515만원(2025년 보험개발원 기준). 매달 성실하게 내는 돈을 더 값지게 쓰기 위해. ‘이’왕 낸 ‘보’험료를 ‘소’중한 우리 인생에 ‘이보소’.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66·가명) 씨의 재산은 아파트 한 채와 예금 몇억원이 전부다. 결혼한 아들에게는 매달 생활비를 보태주고, 지난해엔 전세보증금 일부도 이체해줬다. 투병 중인 남편의 병원비는 아들이 “효도하는 셈 치겠다”며 자기 카드로 결제했다. 박 씨는 “부자도 아닌데 세금 걱정할 일이 있겠냐”고 생각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일부 자산가만 고민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서울에 국민평형(전용 84㎡)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자녀가 상속세 고지서를 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씨처럼 무심코 했던 계좌이체와 카드 결제다. 훗날 상속세 조사에서 ‘미리 준 재산’으로 잡혀 세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박씨는 상속과 증여의 차이, 가족 간 돈거래에서 챙겨야 할 점을 짚어보기 위해 세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기로 했다.
Q. 상속과 증여, 어느 쪽이 세금이 덜 나오나요?
A.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제 답은 늘 같습니다. 두 제도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세금 액수가 아니라 ‘시기를 누가 정하느냐’입니다.
상속은 부모가 돌아가신 날 시작됩니다. 내년에 세법이 바뀌어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고 해도 그 시점을 앞당길 방법은 없습니다. 노부모께 “절세를 위해 올해 돌아가시면 안 될까요”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속은 시기를 고를 수 없는 ‘수동적 이전’입니다.
증여는 다릅니다. 내년에 증여세 부담이 커질 예정이라면 “개정 전에 서둘러 넘기자”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건강할 때 원하는 자산을 원하는 시점에 넘겨주는 ‘능동적 이전’입니다.
집값이 오르는 시장에서는 이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증여세는 증여하는 날의 시가를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값이 오르기 전에 넘길수록 세금이 줄어듭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노부부가 자녀에게 이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상황을 가정해 설명하겠습니다. 만약 15년 전에 증여했다면 증여세는 2억원 수준이어서 자녀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증여하려면 세금만 20억원에 육박합니다. 대출로도 감당하기 어려워 증여 시기를 아예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Q.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이 같다던데,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달라서 차이가 나는 건가요?
A.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면 10%, 30억원을 넘는 부분에는 최고 50%가 붙습니다.
세율표는 같지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상속세는 부모가 남긴 재산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어 계산합니다. 덩어리가 클수록 높은 세율 구간에 들어가기 쉽습니다. 반면 증여세는 받는 사람별로 계산합니다. 살아 있을 때 재산을 여러 자녀에게, 여러 해에 걸쳐 나눠주면 각자 낮은 세율 구간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사람에게서 10년 안에 받은 증여는 모두 합쳐 세금을 계산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 사람으로 봅니다.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공제 한도도 10년 단위로 성인 자녀 5000만원(미성년 2000만원), 배우자 6억원입니다. 10년 주기로 나눠 주는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증여하고 10년 안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재산은 다시 상속재산에 합쳐집니다. 사위·며느리·손주처럼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준 재산은 5년입니다. 이때 합치는 금액은 증여할 당시의 가격이라, 그 뒤에 오른 값에는 상속세가 붙지 않습니다. 이미 낸 증여세도 상속세에서 빼줍니다. 하루라도 건강할 때 시기를 정해야 절세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Q. 가족끼리 하는 계좌이체나 매달 보내는 용돈도 국세청이 들여다보나요?
A. 세무조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세금이 나오는 가장 흔한 원인이 ‘가족 간에 무심코 한 계좌이체’입니다.
과세당국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오간 돈을 원칙적으로 빌려준 돈이 아니라 대가 없이 준 돈, 즉 증여로 봅니다. 나중에 상속세 조사가 시작되면 국세청은 통상 돌아가신 분 계좌의 10년 치 거래 내역을 한 줄씩 훑습니다. 용도를 설명할 증빙이 없는 자녀 송금은 미리 준 재산(사전증여)으로 보고 세금을 물립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의 큰 인출도 조심해야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에 따르면 사망 전 1년 안에 2억원, 2년 안에 5억원 이상을 예금·부동산 등 재산 종류별로 빼거나 처분했는데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못하면, 그 돈은 상속인이 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재산에 넣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송금할 때 이체 메모란(적요)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생활비·혼수처럼 사회통념상 세금을 물리지 않는 항목이거나, 대신 쓴 돈을 나중에 정산하는 성격이라면 ‘혼수가구비용’ ‘가족여행비정산’처럼 용도를 분명히 적고, 실제로 쓴 영수증을 보관해야 합니다.
생활비가 비과세가 되려면 필요할 때마다 바로 쓴 돈이어야 합니다.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예금·주식에 넣거나 집을 사는 데 쓰면 증여로 봅니다.
Q. 부모에게 돈을 빌릴 때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과세당국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차용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진짜 빌린 돈이라는 사실을 형식과 실질 모두에서 납세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세 가지를 챙기세요.
첫째, 차용증을 언제 썼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세무조사가 나오자 급히 만든 차용증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면 확정일자나 내용증명을 받아두는 게 좋습니다.
둘째, 실제로 갚아야 합니다. 세법상 2억1700만원까지는 이자 없이 빌려줘도 증여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세법이 정한 적정이자율(연 4.6%)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 낸 이자의 차이가 1년에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억1700만원의 4.6%는 약 998만원으로 이 기준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이자가 없다고 원금까지 전혀 갚지 않으면 국세청은 빌린 게 아니라 받은 것, 즉 편법 증여로 보고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자녀 소득 범위 안에서 소액이라도 매달 갚고 그 이체 기록을 남겨두세요.
셋째, 자녀에게 실제 갚을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학생이나 무직인 자녀가 수억원짜리 차용증을 써도 과세당국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녀의 벌이 수준에 맞춰 상환 계획을 짜야 합니다.
Q. 조부모가 손주 유학비를 대주거나 결혼 축의금을 주면 증여세가 나오나요?
A. 세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교육비에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다만 ‘부양의무가 있는 사람이 내준 경우’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습니다.
손주를 부양할 첫 번째 의무는 손주의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가 멀쩡히 일하고 소득도 충분한데 자산가인 할아버지가 해외 대학 등록금과 유학비를 직접 내줬다면, 이는 비과세 교육비가 아니라 증여입니다.
이 경우 증여세도 더 무겁습니다. 자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바로 주면 산출된 증여세에 30%가 더 붙습니다. 손주가 미성년자이고 받은 재산이 20억원을 넘으면 40%입니다.
결혼 축의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통념상 적절한 금액이면 증여세를 물리지 않지만, 큰돈이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또 축의금은 원칙적으로 하객이 혼주인 부모에게 건넌 부조금으로 봅니다. 그래서 자녀가 집을 살 때 축의금을 자기 돈의 출처로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결혼 자금을 지원하려면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안에 부모·조부모에게서 받으면 최대 1억원을 더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Q. 부모 병원비를 자녀 신용카드로 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A. 효도하려다 세금만 더 내게 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상속세는 부모가 돌아가신 날 남은 재산에서 빚을 뺀 순재산에 매깁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나온 거액의 치료비를 자녀가 자기 카드로 결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 재산은 자녀 돈 덕분에 그대로 남은 채 상속이 시작됩니다. 그 금액만큼 상속재산이 커지고 상속세도 늘어납니다.
반대로 부모 카드로 치료비를 내면 부모의 금융재산이 실제로 줄어든 상태에서 상속이 시작되므로 그만큼 상속세가 줄어듭니다. 예컨대 병원비 5000만원을 부모 돈으로 내면, 30% 세율 구간에서는 상속세가 1500만원 줄어드는 셈입니다.
부모 병원비는 반드시 부모 돈으로 내세요. 불가피하게 자녀가 먼저 냈다면 부모에게 빌려준 돈이라는 증빙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돌아가신 뒤 아직 내지 않은 병원비는 부모의 빚으로 보아 상속재산에서 뺄 수 있습니다.
Q. 자녀가 상속세 낼 돈이 없어 어머니가 자녀 몫까지 대신 내주면, 이것도 증여세가 나오나요?
A. 실무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합법적인 절세 방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머니가 상속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라면 자녀 몫을 대신 내도 증여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세법에는 ‘상속세 연대납세의무’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인들이 상속세 전체를 함께 책임지고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상속인 가운데 누구에게 받아도 되는 세금이니, 한 사람이 모두 내도 ‘남의 세금을 대신 내준 것’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거꾸로 활용하면 부모가 자녀의 상속세를 대신 내 주는 방식으로, 증여세 없이 자녀에게 돈을 더 넘겨주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100억원이고 상속세가 30억원 나온 가족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재산을 나눈 비율(9대 1)에 따라 어머니가 27억원, 자녀가 3억원을 내야 합니다. 연대납세의무를 활용하면 어머니가 30억원을 모두 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3억원을 증여세 없이 넘겨준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원래 다른 사람의 세금을 대신 내주면 증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상속세는 법에 정해진 연대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돼 자녀에게 증여세가 붙지 않습니다. 단, 대신 내는 세금은 어디까지나 ‘어머니가 상속받은 재산’ 한도 안이어야 합니다.
결국 상속과 증여는 당장 내는 세금보다 ‘언제, 어떻게 넘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계획적인 자산 이전이 가장 큰 절세입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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