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설계한 캐나다 캔두 CEO 게리 로즈
한국 설계·기자재·시공 등 원전 공급망 전반 경쟁력
공사기간 지연 등 리스크도 존재
[헤럴드경제(토론토)=배문숙 기자]“한국은 APR1400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훌륭한 기업과 공급업체, 제조업체, 건설업체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8기 대미 건설투자는 한국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월성 1~4호기 원전을 설계한 캐나다 원전기업 캔두 에너지(Candu Energy)의 게리 로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대미 투자 2호인 ‘원전 프레임워크’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기자재·시공 등 원전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캔두 에너지는 캐나다 원전기업 앳킨스레알리스(AtkinsRéalis)의 자회사로, 월성원전에 적용된 중수로(CANDU)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7~1999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2·3·4호기 계속운전여부에 관심이 높다.
한국 원전산업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로즈 CEO가 한국의 대미 원전 투자를 ‘기회’로 평가한 배경에는 한국이 이미 갖춘 원전 생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일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하나로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의 포괄적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사업 규모는 최대 1200억달러다. 정부는 앞으로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뒤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로즈 CEO는 무엇보다 미국의 원전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90개 이상의 원자로 수 기준으로 세계 1위라고 들었다”면서 “앞으로는 이보다 4배가 필요하다고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미국이 기존 원전 규모를 크게 웃도는 신규 원전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즈 CEO는 “이런 측면에서 원전 8기 건설은 미국의 확장을 지원할 좋은 기회”라며 “미국이 한국에 투자하라고 요청한 금액의 경제적 측면이 명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회’가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전 사업의 가장 큰 변수로는 허가와 건설기간을 꼽았다.
그는 “캐나다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할 구역에서 (원자력발전 건설)승인과 허가 절차가 전통적으로 너무 오래 걸려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 차원에서 승인 절차를 단축하고, 비용과 일정 조건에 따라 예측 가능한 공사 기간을 확보하며, 이를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조지아주의 보글 원전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서머 원전에 차세대 모델인 AP1000 원자로를 건설할 당시 잦은 설계 변경, 기술적 결함,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사업이 크게 지연됐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이후 캐나다의 사모펀드인 브룩필드(Brookfield Business Partners) 등에 매각되면서 구조조정을 거쳤다.
로즈 대표는 “AP 1000 기술의 장점은 캔두(Candu) 기술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오랜만에 나온 혁신일 수 있다”면서 “원전 건설에서는 건설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의 건설 파트너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건설 등 여러 기업이 있다”면서 “이들은 바로 우리의 파트너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잘 협력하고 훌륭한 팀을 이룰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가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핵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디”면서 “어떤 나라는 한국 기술을 선택하고, 어떤 나라는 캐나다 기술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납품할 수 있도록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할 기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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