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콴’ 윤석관 작가

AI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시간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 찾아야

이상섭 기자
이상섭 기자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인간의 감각은 점점 무뎌집니다. 우리가 원래 잘했고, 더 잘할 수 있는 감각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AI(인공지능) 아티스트 ‘킵콴(KEEPKWAN)’으로 활동하는 윤석관 작가는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에서 ‘가장 익숙한 것으로, 가장 새로운 것을’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작가는 AI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K-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보·영상·광고·전시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는 AI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터다. 한국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영상뿐 아니라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의상과 향 등으로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윤 작가가 AI를 활용해 처음 이미지를 만든 것은 2022년이다. 그는 당시 생성형 AI인 ‘미드저니’에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윤 작가는 “AI는 내가 갖고 있는 세계를 굉장히 다양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내 이야기만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표현의 확장성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은 ‘나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윤 작가는 “AI와 함께하면서 ‘내 자아를 지키면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레퍼런스와 재료는 언제나 내 가까이에 있고, 가장 익숙한 것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닌 ‘걷기’다. 윤 작가는 “발자국이 저의 아이디어를 생성해 준다”며 “걷고, 보고, 느끼고 모든 것을 기록하면서 아이디어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고, 생성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 시간 속에서 몸으로 익히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의도적으로 AI와 거리를 두는 시간도 만들고 있다. 그는 “AI를 누구보다 많이 사용하지만, AI를 누구보다 더 멀리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손의 감각을 키우기 위해 도예를 시작했고, 마음을 수련하기 위해 분재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휴먼 모드’라고 표현했다. AI를 계속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감각과 생각, 철학이 무뎌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인간의 경험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는 “AI 모드를 계속 켜두고 있으면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감각을 계속 잃게 되고, AI와 함께 만들어가면서 가져야 할 철학도 계속 무뎌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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