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그륜 애플tv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AI 기술발전, 창작자 운신 폭 한 단계 확장”

“디자이너, 툴·제작 파이프라인까지 만들어”

“한 장르 잘 하는 것보다 他분야 결합 중요”

[헤럴드DB]
[헤럴드DB]

“AI(인공지능)는 단순히 작업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 자체를 한 단계 더 확장시켰습니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김그륜 애플tv 콘텐츠팀 크리에이티브(Creative)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AI 기술 발전이 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영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창작자의 방향 자체를 보다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김 디자이너는 글로벌 타이틀 시퀀스 전문 스튜디오 엘라스틱에서 리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기디드 에이지(The Gilded Age) 등 다수 영화·드라마 메인 타이틀 제작에 참여했다.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메인 타이틀 제작으로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애플tv에서 일하며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AI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김그륜 애플tv 콘텐츠팀 크리에이티브는 AI 기술 발전이 디자인 영역에서 창작자의 영역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김 디자이너가 참여한 인터랙티브 게임 월드의 한 장면.  [김그륜 디자이너 제공]
김그륜 애플tv 콘텐츠팀 크리에이티브는 AI 기술 발전이 디자인 영역에서 창작자의 영역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김 디자이너가 참여한 인터랙티브 게임 월드의 한 장면. [김그륜 디자이너 제공]

2년 전인 2024년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 연사로 참석해 2D 게임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는 김 디자이너는 다음 달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에서도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2D 게임 형식 발표를 확장해 3D 게임 속에서 AI 여정을 풀어갈 예정이다.

김 디자이너는 최근 AI를 사용하며 2D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평면 안에 제한됐지만, 3D가 되는 순간 차원이 하나만 늘어났는데도 체감되는 가능성은 훨씬 크게 확장된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 존재하던 직업이나 콘텐츠 경계가 하나의 평면처럼 나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경계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느낀다”라고 밝혔다.

김 디자이너는 “이런 변화가 디자인 영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AI 발전으로 ‘잘 만든 결과물’ 자체 의 희소성이 빠르게 낮아지는 점 때문”이라며 “기술적인 품질은 계속 좋아지지만 동시에 비슷한 이미지·영상이 대량으로 생성되며 ‘AI 슬로프(AI slop)’ 표현까지 등장했다”라고 진단했다. AI 슬로프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량 생산된 저품질·무맥락 디지털 콘텐츠를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더 잘 만드는 것보다 ‘서로 다른 분야와 기술을 결합해 기존에 없던 형태의 경험을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과 개발, 영상과 상호작용, 실물과 디지털처럼 이전에는 따로 존재했던 영역을 어떻게 새롭게 연결할지가 앞으로 ‘희소성’과 ‘차별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김 디자이너는 2월 본인 유튜브 채널에 구글 ‘프로젝트 지니(Project Genie)’를 시연한 후기를 올린 경험을 전하며 디자인 관점에서 AI 콘텐츠를 더 정확히 디렉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로젝트 지니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월드 모델로, 텍스트 프롬프트로 입력해 생성한 3D 가상세계와 캐릭터를 조작·체험할 수 있다.

김 디자이너는 “현재 생성형 AI가 디자인이나 영상 실무에서 갖는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수정의 어려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세계가 하나의 디렉션용 프로토타입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AI로 만든 이미지·영상 세계를 프로젝트 지니와 같은 방식으로 공간화한 뒤, 그 안에서 카메라를 움직이고 구도를 바꾸며 원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디자이너는 AI 아트와 바이브 코딩을 결합해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AI 아트는 알고리즘과 AI 기술을 활용해 생성되거나 보조된 예술이다. 바이브 코딩은 AI로 코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AI와 바이브 코딩 결합은 단순히 코딩이 쉬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콘텐츠 형태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방법과 도구까지 직접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디자이너 역할이 주로 비주얼을 만들고 해석하는 영역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AI를 활용해 필요한 툴이나 제작 파이프라인까지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콘텐츠 측면에서도 여러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AI 인터랙티브 필름(AI Interactive Film)”이라며 “기존 영상은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관객은 제작자가 만든 흐름을 따라가야 했다면, 인터랙티브 필름에서는 사용자 선택에 따라 중간 과정이나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영상에 탐험이라는 하나의 레이어가 추가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AI로 인해 산업도, 삶도 상상하지 못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디자이너는 기존인지, AI 방식인지라는 선택 문제가 아니라 장점을 적절히 섞었을 때 훨씬 완성도 높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촬영과 3D, 디자인처럼 기존에 검증된 제작방식과 AI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생성·자동화 능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 결합이 깊어질수록 AI가 실제 상업 제작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김 디자이너는 AI 시대일수록 사람이 가진 경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을 단순히 비주얼을 만드는 영역으로만 보기보다 경험과 스토리, 취향, 관점이 함께 들어가는 콘텐츠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앞으로 디자인이라는 영역 자체를 좁게 나누기보다는 더 크게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AI가 잘하는 것은 주어진 질문에 빠르게 답을 찾고 가능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판단하는 능력은 결국 사람이 살아오며 쌓은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각광받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만들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며 AI를 이용해 그것을 실제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최의종 기자


bel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