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철강·태양광·배터리 초격차 기술 육성

전기차 보조금 개편…저탄소철강 수요 확대

기후금융 790조 공급…지방·중기에 집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000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수소환원제철과 차세대 태양광, 전고체 배터리 등 녹색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한국을 ‘녹색 제조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

이번 전략은 정부와 대한상의 등 경제·산업계가 참여한 민관 합동 K-GX 추진단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수소환원제철과 전기차·배터리, 태양광 등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핵심 산업의 국내 공급망도 강화한다.

대표적인 전환 대상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철강산업이다. 지난해 철강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잠정 9490만톤(t)으로 전체 배출량 6억8570만t의 약 14%를 차지했다.

정부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의 산소를 제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집중 육성한다. 2030년까지 연산 30만t 규모의 실증 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초 양산에 들어가고 2031~2036년에는 생산능력을 250만t 규모로 확대한다. 2050년에는 철강 생산을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철강업의 탄소배출을 낮추는 동시에 향후 확대될 ‘그린철강’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별 정책도 서로 연계한다. 2035년에는 국내 신차 판매의 7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저탄소 철강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자동차 전동화와 친환경 철강 수요를 동시에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고려해 지역별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전기차 보급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연계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3.8%로 세계 8위 수준인 국내 전기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35년 3위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손질하고 전기 연료 보조금 신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지원 확대, 배터리 리스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2035년부터 신규 법인택시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고성능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까지 상용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 국방·로봇·선박 등에 활용할 배터리 셀 개발을 통해 전기차 이외의 신규 시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

에너지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K-GX의 주요 축이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기존 제품보다 발전효율을 크게 높인 탠덤셀을 202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국내 기업의 태양광 셀 점유율은 국내 시장에서 4%, 세계 시장에서는 0.6% 수준이다. 정부는 차세대 탠덤셀 시장에서는 2035년까지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기자재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2035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1호기를 도입하고 선박용 SMR 기술도 개발한다. SMR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석유화학과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생산방식도 바꾼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에너지원을 LNG·부생가스에서 전기로 전환하고, 철강슬래그 등 혼합재 사용을 늘려 클링커 비중을 낮춘 혼합 시멘트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사용하는 불화온실가스(F-gas)를 대체할 저온난화지수 가스도 개발한다.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을 확보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평균 5만t 줄인다는 계획이다.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수용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도 병행한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를 계획대로 구축하는 한편 기존 송전선을 대용량 설비로 교체해 전력 수송능력을 높인다.

대규모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은 재정과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마련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재정 200조원을 투입하고 산업은행 등 5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한다. 추가 재원까지 더해 전체 투자 규모를 1000조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부 발행 방안을 마련해 2028년 처음으로 녹색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후금융은 전체 공급액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한다.

국내 녹색산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태양광과 풍력, 이차전지 등의 핵심 부품·장비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내년 1분기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노후 산업단지와 조선·물류업 등 기후재난에 취약한 분야에는 예방 설비 개선 비용을 지원한다.

이 밖에 정부는 2030년까지 예비 유니콘 기업 30개를 발굴·육성하고 2035년까지 유니콘 기업 10개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인 기후테크 육성 방안은 이달 중 별도의 범정부 대책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