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진 동국대 교수 인터뷰
AI 행동 권한 세분화·분리 필요
은행 유출정보 악용한 피싱 주의
“요리사가 칼을 들면 요리가 되지만 범죄자가 들면 흉기가 되죠. 이것이 인공지능(AI)의 양면성입니다.”
황석진(사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금융권 해킹에 활용된 것으로 지목된 ‘아르텍스 AI’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보안 취약점을 찾아 방어를 강화하는 기술도 사용 목적에 따라 공격 도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르텍스는 중국 바이두 보안대응센터가 개최한 보안대회에서 우승한 AI 기반 자율 침투 테스트 도구다. 화이트해킹용 기술이 금융권 공격에 악용된 셈이다. 황 교수는 특히 개인정보와 고객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거래소의 우선 점검 대상으로 꼽은 것은 AI 서비스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권한이다. API는 외부 프로그램이 거래소의 시세·잔고를 조회하거나 주문을 수행하는 통로다.
국내 거래소들은 시장 분석부터 주문 보조와 자동매매까지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엑스는 자연어 요청에 따라 주문 카드를 만드는 챗봇을 탑재했고, 업비트는 AI 에이전트가 API로 시세 조회와 주문 등을 수행하도록 돕는 ‘업비트 스킬’을 제공하고 있다. 코인원은 일정 가격 범위에서 매매를 반복하는 ‘AI 그리드’를 운영한다.
황 교수는 “AI 서비스가 확대되면 외부와의 접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고객서비스와 계정복구·본인확인, 개발·테스트 환경, 외부 API와 협력사 계정 등 핵심 매매 시스템보다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는 영역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시스템이 뚫리더라도 탈취한 API 권한으로 핵심 지갑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단계별 차단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AI의 행동 권한은 조회·분석·주문·출금으로 세분화해 필요한 기능만 허용해야 한다. 출금주소 변경이나 API 권한 확대에는 이용자 확인 절차를 두는 방식이다. 출금 권한을 막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AI가 반복적으로 매매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격에 주문하면 출금 없이도 큰 손실이 날 수 있어서다. 황 교수는 주문금액·횟수와 누적손실 한도를 설정하고 이상거래를 자동 중단하는 ‘킬 스위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은행 보안사고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으로 연결된 거래소 침해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문제가 된 고객조회·업무지원 시스템은 거래소 입출금 연동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막연한 우려보다 실제 연결 구조를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위협은 유출된 고객정보를 악용한 2차 공격이다. AI가 연락처와 금융거래 정보를 결합하면 은행이나 거래소 직원이 보낸 것처럼 꾸민 맞춤형 피싱 메시지를 대량 제작할 수 있다. 이상거래 발생이나 출금 제한 해제, 본인확인을 내세워 앱 설치와 인증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수법을 경계해야 한다.
외부 AI 업체와 협업할 때는 정보 접근·저장·재제공 범위를 명확히 하고 API 키나 고객 식별정보가 AI 입력값과 로그에 남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거래소들은 모의해킹과 취약점 신고 포상제인 버그바운티를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는 위험도에 따라 최대 2억원을 지급하며, 빗썸도 올해 하반기 최대 포상금을 같은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94.8%는 디지털자산을 개인지갑이 아닌 국내 거래소에 보관한다. 황 교수는 “고객 자산 대부분을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도 상시 출금을 위해 핫월렛에 남겨둔 자산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취약점 발견 건수가 아니라 발견 후 얼마나 빨리 제거했느냐”라며 심각도와 악용 가능성에 따라 수정 기한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시 교체가 어렵다면 관련 기능을 일시 차단하고 다중인증(MFA)을 강화하는 한편 접속 가능한 IP와 권한을 제한하고 이상 접속·거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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