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세요” “형체가 같다고 본인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보네” “부엉이바위(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에 긁혔어?” “아주 조직폭력배 같다” “여자깡패구만”.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 중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이 벌인 설전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정부의 외교 정책과 북한 지뢰 대응을 두고 야권 의원들이 “북한엔 찍소리도 못하면서 우크라이나만 쥐 잡듯이 하느냐” “머저리같은 조치”라며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이쯤되면 논쟁과 토론이 아니라 막말과 인신공격 싸움과 다름없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말부터 잘못됐다. 민의의 전당이자 최고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오갈 수준의 말이 아니다. 품격도 문제지만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세종대왕 한글창제의 귀중한 뜻과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국어생활 곧 우리 말글살이를 성찰해보자는 것이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취지일 것이다. ‘K-컬처’라고 부르는 우리 대중문화의 인기를 타고 한글과 한국어가 전례없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이라 더욱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는 정치인들의 상스럽고 저급한 언어로 연일 고성이다. 여야 막론하고 조롱, 비하, 혐오, 차별의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생중계의 일상화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편승해 정치인들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아마도 매일이 역대 최악일 것이다.
정치인 언어의 심각한 타락 원인 중 하나는 정책과 논리의 빈곤, 민주주의의 불능이라 할 것이다. 토론과 설득으로 풀 수 없으니 상대를 향한 멸칭와 조롱으로 대중을 선동한다. 정치인들이 쓰는 말은 공론의 장에서 표준적인 언어로 인식된다. 일부 커뮤니티나 정치 극단주의자들이 쓰는 말이나 인터넷에서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은어나 비속어를 정치인들이 사용하게 되면 일종의 ‘공인 효과’가 나타나 사회로 확산된다. 정치인 언어의 타락과 정치의 양극화는 서로를 강화시킨다. 청소년들은 조롱과 혐오, 차별적 표현을 ‘일상어’로 받아들이고 놀이화한다.
정치인의 언어 수준은 국민들의 말글살이와 민주주의의 척도 중의 하나라 할 것이다. 어려운 말이 아닌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을 쓰고, 민생에 와 닿는 효과적인 수사를 구사하며,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을 주저하지 않되 상호존중에 기반해야 한다. 타인의 존엄을 짓밟고 상대를 비하하는 정치인의 말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폭력이다. 몹쓸 말을 반복하는 정치인이야말로 한글과 민주주의의 적이다. 마땅히 퇴출시켜야 한다. 국회법 25조는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자정노력과 국민의 감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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