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감서 터진 세운지구 공방
세계유산 앞 초고층 강행 인허가 논란
71m를 145m로…“개발업자 배 불리기”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인허가 전면전이 국가유산청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이 무리한 고층 개발 강행을 질타한 반면, 야당은 태릉과 한예종 사례를 들며 유산청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는 등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는 세운4구역 고층 개발 강행과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질의가 쏟아졌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대립은 단순한 이견을 넘어 법적·행정적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유산청은 허가 없이 세운4구역 부지를 무단 시추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경찰에 고발하고 부지 ‘착공 불가’ 결정을 내렸다. 또한 퇴임을 앞둔 종로구청장이 사업시행변경인가를 강행하자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이에 상급 기관인 국토교통부에 직권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세운4구역 개발 추진이 세계유산 보호보다 개발업자의 이익을 앞세운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문화재위원회가 71.9m로 제한해 가결했던 사업 계획을 서울시가 정비계획상 145m까지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한 배경에 개발업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높이를 두 배 이상 올리는 중대한 계획 변경이라면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절차”라고 짚었다.
특히 조 의원은 한 민간 개발업체가 세운4구역 전체 면적의 30%를 보유하고 있어 용적률이 대폭 확대될 경우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울시에서 세운지구 재개발을 총괄했던 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이 퇴직 후 설립한 1인 연구소를 통해 해당 업체와 3억 6000만 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며, 유산청이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와 종묘제례악을 함께 언급하며 유산 보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허 청장은 서울시의 영향평가 거부 태도를 지적하는 한편 개발 이익 의혹에 대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토지 소유권자를 직접 조사할 권한과 역량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조 의원은 유산청이 지난 5월 세계유산영향평가 선행을 명령했음에도 종로구가 이를 묵살하고 인가를 내줬으며, 정문헌 전 구청장이 퇴임 직전 단독 결재를 단행한 점을 꼬집었다. 이어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가 지자체의 일방적 행정행위로 무력화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만큼,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허 청장은 문체부를 통해 국토부에 인가 취소를 요청하고 서울시에도 공문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을 네 차례 직접 만나 설득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건물을 무조건 짓지 말라는 규제가 아니라, 유산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태릉 골프장(CC) 공공주택 사업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해당 사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태릉·강릉)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개발 계획으로, 유산 경관 훼손 우려가 불거졌던 사례다. 야권은 당시 국가유산청이 사업을 조건부 승인해 준 전례를 들어 세운4구역에만 엄격한 잣대를 댄다며 이중 잣대론을 제기해 왔다.
이 의원은 “태릉CC 사업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영향평가(HIA) 권고를 수용해 국가유산위원회의 조건부 가결을 거쳤고 보고서도 유네스코에 제출했다”며 “반면 세운4구역은 서울시와 SH가 HIA 실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 차이”라고 밝혔다.
ter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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