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 ‘추정손실’로 세 감면에도

지급명령 신청 등 채권 추신 관행 개선

금융당국 ‘조건부 대손인정제도’ 시행

은행·보험 5000만원, 저축銀 3000만원 한도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윤창빈 기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는 정부에 “연체채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확약을 해야만 대손 인정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그간 정부는 금융회사가 연체 채권을 ‘추정 손실’로만 분류해도 법인세 혜택을 부여했는데, 이를 악용해 세금을 감면 받고도 추심을 지속하는 업체들이 속출하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부터 ‘조건부 대손인정제도’를 줄기로 한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포용금융 차원에서 금융권의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융당국에 대손인정을 신청했다. 대손인정을 받으면 해당 채권을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아 법인세 감면 혜택이 부여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세제 혜택을 받고도 지급명령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채권 추심을 이어가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손인정과 채권 추심 관행을 연계해 제도를 손질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개인연체채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전제로 대손을 인정하는 ‘조건부 대손인정 제도’가 도입된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에 대해 금융당국에 대손인정 신청 시 소멸시효완성예정일에 해당 채권의 시효를 완성한다는 약속을 해야 대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사실상 채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과 소액 차주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은행·보험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여전사 등은 3000만원 이하의 연체채권에 대해서만 이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자의 은닉재산 발견 등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대손 인정을 받은 채권을 타 금융회사에 매각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 의무는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채권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하도록 하는 동시에, 원채권 금융회사가 양수인의 이행 여부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손세칙 개정으로 장기 연체채무자가 끝없이 이어지는 채권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연체채무자 보호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규정은 올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부터 적용된다. 이 외에 소멸 시효 연장 이후 3년 경과 시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효가 도래되지 않아도 중도포기하도록 하는 모범규준 개정안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업권별 채무조정 실적 공시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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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