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에게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짜노” 등의 말을 반복한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10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4년 4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중 당시 9세였던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업 능력을 반복적으로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해당 학생이 사회 시험 점수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자 “공부 좀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생이 수업 전 일기를 쓰고 있을 때 “야, 너 이거 할 때가? 수학익힘이나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짜노!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학생이 수학 문제를 모두 풀었다고 하자 “얘가? 지 힘으로? 베낀 거 아니고? 나는 못 믿겠는데”라고 말하는 등 학생의 학업 능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의 일기장에는 교사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에게 공부를 못한다고 말해 속상한 마음에 화장실에서 울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주말에는 선생님을 안 봐도 돼서 좋다”, “선생님 때문에 불안하다”, “선생님 때문에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 등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사랑과 배려, 관심과 격려, 인내와 헌신을 다해서 한없이 맑고 밝게 자라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길러낸다는, 진실로 거룩한 임무와 본분을 너무나 쉽사리 저버렸다”며 “자신의 기분대로 특정 학생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모욕, 멸시, 질타해가면서 그야말로 무형의 교편을 휘둘렀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A씨 발언 대부분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피해 아동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공부 못한다’ ‘상태 안 좋다’고 비난했고,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 아동의 학업 향상을 위한 방법을 고민한 정황도 일부 확인되고, 적극적인 학대의 고의를 갖고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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