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 인터뷰
전 세계 이더리움 보유량 2위 상장기업
89만ETH 운용…기관 비중 6%→60%
K-비들, 수익률보다 스테이블코인 우선
토스·카카오페이 차세대 금융인프라 지목
전 세계 디지털에셋 트레저리(DAT) 기업은 10월 기준 232곳에 달한다.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보유가 늘면서 운용수익을 내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능력이 DAT 기업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XRP와 이더리움을 각각 핵심 자산으로 운용하는 에버노스와 샤프링크 대표를 만나 DAT 시장의 변화와 두 기업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두 기업의 서로 다른 운용 전략을 통해 DAT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짚고 국내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확대에 앞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가 다음달 9일 개최하는 ‘월드디지털에셋포럼(WDAF2026)’에서도 DAT 시장의 성장 방향과 과제 관련 심도 있는 논의와 인사이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규제 당국은 항상 세 가지에 관심을 둡니다. 첫째는 투자자 보호, 둘째는 시장 건전성, 셋째는 혁신입니다. 문제는 기업은 혁신에만 집중하고 당국은 투자자 보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규제당국이 서로의 우선순위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시장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샬롬 대표는 샤프링크 합류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20년간 일하며 디지털자산 전략을 총괄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IBIT’와 이더리움 현물 ETF ‘ETHA’,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의 설계와 출시를 이끌었다.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행정부를 경험한 샬롬 대표는 디지털자산 정책의 무게 중심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전 행정부가 사기와 시세조종 방지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행정부는 디지털자산이 가져올 국가 경쟁력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통화 주권을 유지하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토큰화할 한국 자산의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막힌 비트코인 ETF 문 연 비결은=앞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ETF 출시 신청이 약 10년간 번번이 거절됐다. 샬롬 대표는 크립토에 신중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게리 겐슬러 당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상대로 약 18개월간 협의를 이어갔다.
블랙록이 협상 과정에서 앞세운 것은 혁신 자체보다 투자자 보호였다. 샬롬 대표는 “투자자가 직접 키를 관리하거나 자산 보관을 책임질 필요가 없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딜러와 은행이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시세조종 감시체계와 자산 분리보관 장치도 마련했다.
미국 ETF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품으로 언급되는 IBIT는 출시 이후 228일 만에 자산 규모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샬롬 대표는 “블랙록이 비트코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부터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까지 더 간편하고 좋은 상품을 기다리던 수요가 수년간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블랙록 내부의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은 급등 기대와 회의론에서 벗어나 변동성이 크더라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할 만한 자산이라는 판단으로 바뀌었다. 샬롬 대표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이더리움은 새로운 인터넷으로 여겨지면서 논의의 중심도 크립토 자산에서 미래 금융서비스를 뒷받침할 디지털 인프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원조 BUIDL 설계자가 바라본 ‘K-비들’=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는 현재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을 본뜬 한국판 비들을 준비 중이다. 비들은 투자자가 블록체인 밖으로 자금을 옮기지 않고도 펀드 수익을 얻으면서 보유 자산을 온체인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K-비들의 목표수익률 하한으로 4%대를 제시했다. 샬롬 대표는 “개별 상품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 펀드 투자자는 고정금리가 아니라 국채와 단기 금융상품을 통해 무위험에 가까운 수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는 수익률보다 시장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결제수단인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마련하고 비들과 같은 단기 수익상품을 거쳐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으로 토큰화를 확대하는 순서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24시간 거래 플랫폼까지 갖춰지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통한 금융거래 자동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들을 이더리움에 구축한 이유로는 운영 이력과 풍부한 유동성을 들었다. 블랙록은 1년간 실사를 거쳐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활동이 집중된 생태계를 살폈다. 샬롬 대표는 “이더리움은 가장 오래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으로, 11년간 중단 없이 운영됐다”며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절반 이상과 토큰화 자산의 약 60%가 이더리움 생태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는 프라이버시 기능을 갖춘 퍼블릭 블록체인이 (주도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많은 업계 관계자로부터 당국에 ‘규제 준수 장치를 갖춘 퍼블릭 블록체인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수익보다 위험관리”…샤프링크에 옮긴 블랙록 공식=샤프링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더리움을 보유한 상장사다. 샤프링크의 이더리움 보유량은 89만1714ETH로, 샬롬 대표는 “전체 디지털자산재무기업(DAT)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큰 기업”이라고 힘줘 말했다.
회사는 보유 자산을 스테이킹하거나 일부를 이더파이, 아이겐클라우드, 리도 등 디파이 프로토콜에 수년간 투입해 인센티브를 얻는다. 8월에는 갤럭시디지털과 1억25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펀드도 조성했다.
운용의 전제는 철저한 실사다. 샬롬 대표는 “100개 넘는 투자 기회를 검토했지만 실제로 자금을 투입한 곳은 네 곳뿐”이라며 “기관처럼 신중하게 투자하되 문제가 보이면 주말에도 1분 안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에서 익힌 공시와 감사 기준도 적용했다. KPMG를 감사인으로 선임하고 JP모건 등 대형 금융기관 출신으로 경영진을 꾸렸다. 분기 공시에 앞서 웹사이트 대시보드로 투자자들에게 재무지표를 매일 공개한다. 샬롬 대표는 그 결과 지난해 6월 6%였던 기관 보유 비중이 올해 6월 말 60%로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세계에서 기관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DAT가 되는 데 1년이 걸렸다”며 “현재 9곳의 은행 리서치 조직이 샤프링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객에게 우리 주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샤프링크는 투자자와의 소통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샬롬 대표는 “블랙록에서 배운 교훈은 투자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기 가격을 예측하면 결국 개인 투자자를 실망시킬 수 있어 앞으로도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금융기업 아닌 소비자 위해 일해야”=샬롬 대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디파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 개인의 금융생활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첫 변화는 계좌에 잠자고 있는 유휴자금을 관리하는 데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샬롬 대표는 “AI 에이전트는 계좌를 살펴보고 ‘왜 3%의 이자를 받지 않나’라고 물은 뒤 고객을 대신해 돈을 옮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및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부터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보험료 비교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금융회사 간 경쟁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샬롬 대표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미국의 로빈후드와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도전자로 꼽았다. 송금 또는 결제로 시작한 서비스가 증권 중개와 보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으로 확장하면서 금융생활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슈퍼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AI에이전틱 금융에 대한 규제는 디지털자산 제도화보다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샬롬 대표는 “크립토 입법이 어렵다 느껴진다면 AI 에이전트 규제는 어떨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AI를 규제하는 일이 세계 각국 정부에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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