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난민불인정 결정…법원서 최종 확정돼
2차 난민인정 신청하며 체류기간 연장 신청
법원서 승소…“러시아 정부서 적대적 주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한민국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러-우전쟁) 반대 시위에 수백회 참여한 러시아 국적 외국인에게 난민인정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외국인이 러시아 정부의 적대적 주목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단독 장우영 판사는 러시아인 A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올해 1월 A씨에 대해 한 체류기간 연장 불허 결정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판결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 한국에 입국한 A씨는 다음 해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2022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고 법무부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거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물론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도 기각되면서 패소가 확정됐다.
체류기간 만료일이 임박하자 A씨는 올해 1월 다시 당국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동시에 체류기간 연장도 신청했지만 거절 당하자 지난 3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적극적, 지속적, 주도적으로 러시아 정부에 반대하며 러-우 전쟁 반대 활동을 이어갔다”며 “1차 난민신청 절차가 종료된 후 러시아 정부에 의해 외국대리인으로 지정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으므로 난민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외국대리인’은 외국의 지원·영향력을 받으며 정치 활동 등을 하는 개인·단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외국대리인으로 등록되면 보고 등 여러 의무가 부과되고, 어길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난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시 결정될 필요가 있다”며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A씨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해 안정된 상태에서 난민지위 여부에 대해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난민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동안 수백회에 걸쳐 주한러시아 대사관, 명동 등지 등에서 지속적으로 러시아 정부·푸틴 대통령·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며 “A씨가 시위에 참가한 사진은 SNS, 국내 언론사 기사에 게재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A씨는 2차 난민신청을 하며 이러한 기존에 제출되지 않은 새로운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며 “러시아 법무부는 A씨를 ‘외국대리인’으로 지정하며 그 이유에 대해 러시아 공공기관의 결정과 정책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지했다는 등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고 살폈다. 그러면서 “외국대리인 제도는 러시아 정부가 언론, 인권옹호자, 시민사회 활동가, 정부 비판자들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특히 러-우전쟁 발발 이후에는 반전활동, 독립언론, 인권단체, 해외 체류 반체제 인사 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가 러시아 정부에 의해 적대적인 주목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 정부가 A씨 개인 SNS 계정까지 모두 특정해 공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현재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출입국 측에서 항소하지 않았다. 이로써 A씨는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2차 난민인정 신청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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