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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세계적인 휴양지인 멕시코 칸쿤과 툴룸 등 해변 관광도시들이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 상승으로 여행 비용이 높아진 데다 해변을 뒤덮은 해조류와 치안 불안까지 겹치면서 관광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멕시코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칸쿤 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약 84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약 96만3000명과 비교하면 11만명 이상 줄었다.

멕시코 전체 항공 입국 관광객도 감소했다. 올해 1~8월 항공편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특히 멕시코 관광시장의 주요 고객인 미국인 방문객은 5.8% 감소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는 캐나다에서는 멕시코 여행 수요가 늘었지만 미국인 관광객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다.

멕시코는 올해 미국·캐나다와 공동 개최한 북중미월드컵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칸쿤과 푸에르토바야르타, 산호세델카보 등 주요 해변 휴양지에서는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페소화 18개월 새 12% 상승…해변엔 악취 풍기는 해조류

멕시코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관광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최근 18개월 동안 미국 달러 대비 약 12% 상승했다. 멕시코가 미국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 데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페소화 가치가 오르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부담하는 숙박비와 식비, 현지 관광 비용도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같은 달러를 지출해도 이전보다 적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셈이다.

멕시코 카리브해 연안에서는 해조류 피해도 심각하다.

칸쿤과 툴룸, 플라야델카르멘 등이 위치한 킨타나로오주 해변에는 올해 갈조류의 일종인 사르가숨이 대량으로 밀려들었다. 사르가숨은 바다에 떠다니는 해조류로, 해안에 쌓인 뒤 부패하면 심한 악취를 발생시킨다.

해변에 갈색 해조류가 쌓이면서 흰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멕시코 휴양지의 경관도 훼손됐다. 일부 해변에서는 수영과 해양레저 활동에도 지장이 생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지난 8월 중순까지 카리브해 연안에서 10만5000t 이상의 사르가숨을 제거했다. 지난해 연간 수거량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멕시코 정부는 해군 함정과 해상 차단 시설 등을 동원해 해조류 수거에 나섰다. 해변에 밀려오는 양이 많아 관광업계의 관리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툴룸 공항 이용객 40% 급감…카르텔 폭력에 관광객 불안

치안 문제도 관광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카리브해 연안의 고급 휴양지로 성장한 툴룸은 올해 국제공항 도착 승객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툴룸은 최근 수년간 전자음악 축제와 해변 파티 등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관광산업이 성장하면서 마약 판매와 관련된 범죄조직의 활동도 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공 접근성 악화도 관광객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툴룸 국제공항 이용객은 약 53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줄었다. 같은 기간 호텔 객실 점유율도 약 9%포인트 하락했다.

항공사 아에로멕시코는 지난달 말 툴룸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멕시코 저비용항공사 볼라리스도 내년 1월부터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태평양 연안의 대표 휴양지인 푸에르토바야르타 역시 치안 불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멕시코군이 마약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를 사살한 이후 지역 곳곳에서 도로 봉쇄와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멕시코 관광업계는 여행 비용 상승과 치안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외국인 방문객을 다시 끌어들이기가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관광업 GDP 비중 8% 넘어…멕시코 경제에도 부담

주요 휴양지의 관광객 감소는 멕시코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관광업은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다.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를 넘었다. 관광객 감소는 호텔과 음식점, 교통업체뿐 아니라 지역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

멕시코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놓여 있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0.6%에 그쳤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정부에도 관광산업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FT는 대규모 재정 적자와 경기 둔화 속에서 핵심 관광도시들의 침체가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멕시코 전체 외국인 방문객 수는 증가했다. 올해 외국인 방문객 증가분에는 크루즈 승객과 국경을 넘어 짧게 체류하는 당일 방문객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숙박과 관광 소비가 큰 항공 입국 관광객의 감소가 주요 휴양지에 더 큰 타격을 주는 이유다.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해외 홍보를 강화하고 관광지 환경과 치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툴룸에서는 관광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일부 관광시설 입장료를 낮추고 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최근 페소화 강세가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휴양지 관광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 비용과 해변 환경, 치안 문제가 동시에 관광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관광객으로 붐볐던 멕시코의 해변 휴양지들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높아진 여행 비용과 현지 관광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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