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이전에 공무원들 주거·통근 부담 커져
정부, 6만호 추가공급 계획…정착 지원 중점
세종시 “행복청에 특별공급 제도 재개 건의”
세종 집값 들썩…“최근 2주 매매·매수 급증”
9월 아파트 거래 56.6% ↑…신고가 등장도
정부가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의 세종 이전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세종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약 1만명의 공무원이 근무지를 옮길 예정인 가운데, 관망하던 실수요자와 외지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나타났다. 대규모 인력 이동에 따른 주거 지원 방안으로 과거 특혜 논란 속에 폐지된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을 재개할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14일 관계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이전 대상은 법무부·성평등가족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44개 중앙행정기관으로, 대상 인원은 9929명이다. 당장 내년에만 27개 기관, 2995명이 세종청사로 이전한다.
▶세종 집값, 실거주·투자 수요 매수세 회복에 반등=지난달 초 2차 행정·공공기관 이전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추진안이 나오면서 현장에서는 주택 매수 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분위기다.
세종시 소담동 심플공인중개사무소의 노희정 대표는 “9월 이전 방향 발표 직후 2주 동안 매매 계약과 매수 문의로 꽤 바빴다”며 “세종도 전월세 공급이 부족해 만기를 앞둔 세입자 중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하는 분들이 있었고, 정책대출이 가능한 선에서 월세를 끼고 투자용으로 사려는 30·40대 수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인근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법조인이 최근 매수하기도 했다”며 “투자는 하고 싶은데 수도권은 너무 비싸다고 느끼는 30·40대 고소득 직장인들의 문의가 주로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처럼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공공기관 이전 호재로 향후 집값이 오르기 전 미리 선점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계획상 당장 내년에만 27개 기관, 2995명이 세종청사로 이전하는데 주택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114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추정치에 따르면 내년 세종 입주 예정 물량은 0가구다. 전월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임대차 수급 불안 우려도 맞물리며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거래량도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의 9월 매매 거래량은 509건으로, 전월 325건보다 56.6% 증가했다. 9월 계약분의 실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만큼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A대표는 “이미 세종 다주택자들은 집을 많이 정리한 상태여서 현재 남아 있는 집주인들은 당장 급할 게 없는 분들”이라며 “추가 호재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6단지한신더휴리저브’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10일 10억9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고, 새롬동 ‘새뜸7단지투머로우시티’ 59㎡ 이달 7일 4억7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세종시 땅 40%에 집 더 짓는다…‘특공’ 관심=정부도 이 같은 상황에 공무원에 대한 주거 정착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울 잔류 제로(0)’를 강조했기 때문에 이주와 정착을 위한 지원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행정안전부는 특히 이전기관 공무원과 가족이 세종에 안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통·이주비 등 지원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지난 1차 이전 당시에는 공무원들이 매달 20만원씩 최대 2년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1인당 최대 480만원을 지원했다. 5톤 이하의 물량은 이사비를 전액 지원해 주기도 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지원 금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대규모 인력 이동이 예고되면서 일각에선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는 중앙행정기관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2010년 10월 도입됐다. 분양 물량의 최대 70%까지 이전 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공급했다. 하지만 부정 청약과 수억원대 시세차익 등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2021년 7월 폐지됐다.
현재로서는 추가 이전 인력을 수용한 주택 공급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공급 재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행복도시 내 공급될 주택은 총 20만호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약 14만호의 공급이 진행됐다. 행복청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및 국회 세종의사당 추가 이전 계획에 따라 앞으로 약 6만호 이상의 공동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매년 4000~5000호의 단지 공급이 예정돼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행복도시의 약 60% 가량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며 “집을 지을 땅은 약 40%가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세종 공무원 특별공급 시세차익 현황/공공·행정기관 1차 이전 지원 내용
세종시는 공무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특별공급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전날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 특별공급은 이전고시 시점에 맞춰 광역단체장의 기관 이전 주택특별공급을 도입하고, 중앙부처 차원의 주택특별공급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속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특별공급을 중단해야 할 만큼의 중대한 하자는 없었다고 본다”며 “이미 행복청에 특공 제도를 재개할 것을 건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토부는 아파트 특별공급의 경우 앞서 특혜 여부가 불거진 만큼 섣불리 재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특별공급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제도 재개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세종시 공무원에게 특별공급된 아파트는 총 127개 단지, 2만5852호 수준이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호당 3억1000만원이었지만, 제도 폐지 직전인 2021년 5월 기준 평균 시세는 8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호당 평균 5억1000만원이 상승한 것으로, 분양가 대비 약 2.6배에 달한다.
공무원들의 세종 정착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상당한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과거 특별공급이 실거주 지원을 넘어 시세차익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제도 재개를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특혜 논란을 차단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처 이전 태스크포스(TF)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돼서 특공 등 주거 문제나 교통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며 “앞서 폐지된 제도이기 때문에 좀 신중하게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상황이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홍승희·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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