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법’ 개정과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
신청사 건립 3조1000억원에 임차비용 예산 확보
2031년까지 44개 기관 이전 완료까지 사업 지속성 유지
이전 기관 소속 직원 대상 정착 지원과 기반시설 확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44곳과 공무원 9929명을 2031년까지 세종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전 대상 기관의 법적 제약부터 3조원대 청사 건립비, 공무원 정착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적 근거 마련이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은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돼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전 자체가 어렵다. 행복도시법 개정과 함께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도 추진해야 한다.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해야 한다. 법 개정이 지연되면 기관별 이전 시점과 청사 확보 계획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방대한 예산 확보와 청사 수용 능력을 확충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2027년 임차청사를 활용한 조기 이전 비용으로 897억원, 독립 청사 건립 등을 위한 총 사업비로 약 3조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신청사가 완공되기까지 3~4년간 임차청사를 운영해야 해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초기 이전 비용뿐 아니라 장기간의 임차료와 청사 건립비를 아우르는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
당장 이전 기관이 사용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세종시 내 민간 업무공간의 용도변경과 정부세종청사 내 여유 공간 재배치 등을 통해 신축 청사가 마련되기 전까지 업무 공백 없이 기관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2027년 상반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국가교육위원회·재외동포청 등 6개 기관이 먼저 옮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와 각 부처 소속기관·자문위원회 등 19개 기관에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포함한 임차청사 이전 대상 기관의 이전이 추진된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감사원·경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등 독립 청사나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6934명)은 청사 신축 후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5년에 걸친 장기 사업인 만큼 이전 과정에서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위원회처럼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관은 이전 과정에서도 정책 대응과 민원·인허가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세종 이전을 앞두고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이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전문인력의 이탈을 막고 국민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할 업무 운영 지침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정착 여건도 이전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정부는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사 일정 등으로 당장 이주하기 어려운 직원에게는 한시적 교통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지원 규모와 기간 등 세부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전 대상 직원 입장에서는 근무지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와 통근, 자녀 교육 등 생활 전반을 재조정해야 한다. 지원책이 늦거나 현실과 맞지 않으면 직원들의 반발과 정착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세종시 인구는 약 39만명으로 계획인구 50만명에 못 미치고, 대중교통과 의료·문화·교육 기반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학교 확충, 종합병원 유치 등 필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공무원과 가족이 실제로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기관 이전이 지역 정착과 소비·고용 확대 등 지역경제 효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관건은 기관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2년 시작된 1차 이전을 통해 세종은 중앙행정기관과 공무원이 집적된 행정도시로 성장했다. 다만 수도권 집중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0년 49.3%에서 2025년 51%로 높아졌고, 경제 비중도 같은 기간 50.1%에서 52.8%로 상승했다. 이번 이전은 기관과 인력의 이동 자체를 성과로 삼기보다 부처 간 협업과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종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산업과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3조원대 재정 투입과 장기간의 이전 부담을 감수하는 만큼, 행정 효율성과 균형발전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입증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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