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접시 깨끗하게 하려고 한 것뿐인데...”
밥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해야 하는 ‘설거지’. 그릇에 묻은 기름때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기 위해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집안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릇을 깨끗하게 하는 동안,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수상한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질의 정체는 바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 ‘미세플라스틱’. 원인은 매일 사용하는 주방용 수세미에 있었다.
그릇을 닦기 위해 문지르는 과정, 수세미 표면은 조금씩 마모된다. 이때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하수도로 흘러 들어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수세미 종류에 따라 1년간 약 200톤이 넘는 규모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세미를 선택할 때, ‘플라스틱’ 함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기후·환경학계에 따르면 독일 본대학교·프라운호퍼연구소·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지난 4월 국제학술지 ‘환경 진보(Environmental Advances)’에 주방용 수세미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과 환경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라스틱 소재가 포함되는 수세미의 경우, 닳아 없어지는 부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했다.
연구 대상은 흔히 사용되는 일반 합성 수세미와 북미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 수세미, 그리고 ‘유기농’ 표시가 붙은 수세미 등 3가지 종류의 수세미를 사용해 설거지를 진행했다. 최종 분석에 사용된 수새미는 총 68개에 달했다.
플라스틱 함량이 59.3%에 달하는 유럽형 일반 수세미의 경우,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1인당 연간 평균 4.212g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형 일반 수세미의 배출량은 연간 1.171g인 것으로 나타났다.
4g의 무게는 설탕 한 티스푼 정도의 무게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나 섬유 형태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작지 않은 수치다. 평균 배출량을 우리나라 인구 수로 환산하면 연간 약 217톤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설거지를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문제가 플라스틱 함량이 높은 ‘일반 수세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 ‘유기농’ 표시 수세미에서도 연간 0.682g의 미세플라스틱이 설거지를 통해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친환경이나 유기농 표시가 붙은 수세미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수는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 다만, 이런 표시가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틱이 아예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여길 수는 없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유기농’ 표시 수세미에도 적지 않은 양의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플라스틱 함량은 전체 무게의 15.9%였다. 수세미의 부드러운 부분에는 식물성 소재인 셀룰로오스가 사용됐고, 거친 세척 부분에는 사이잘삼 섬유와 재활용 페트(PET)가 함께 들어 있었다.
문제는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의 행방이다. 상당수는 설거지한 물과 함께 하수도로 흘러간다. 이후 하수처리시설을 거치면서 대다수가 걸러지지만, 모든 미세플라스틱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4년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는 전국 하수처리장 22곳의 미세플라스틱 처리 실태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하수처리시설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제거율은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처리 과정을 거친 방류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제거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하수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이 많다면, 일부는 결국 하천 등 자연환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하수도를 빠져나간 미세플라스틱은 강과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게까지 영향을 줘, 생태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수중 생물들이 먹이와 함께 삼키기 쉽다. 이에 물고기, 조개류 등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단순 해외 사례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세미 성분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알록달록한 색상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아크릴 수세미’의 유해성에 대한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아크릴 소재 자체가 합성 플라스틱 섬유이기 때문. 지난 2022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아크릴 소재의 경우 플라스틱 원료를 바탕으로 한 합성섬유 중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수세미를 사용해야 할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제품에 포함된 ‘플라스틱’의 함량. 이번 연구에서도 플라스틱 함량이 가장 낮은 수세미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아예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으로는 삼베 수세미 등 천연 수세미가 거론된다.
천연 수세미는 오이과 식물인 수세미의 열매를 수확해 껍질을 벗기고 건조한 제품이다. 식물 자체의 섬유질을 이용하는 만큼, 합성섬유가 섞이지 않은 제품이라면 플라스틱 섬유가 마모돼 떨어져 나오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삼베 수세미 역시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진다. 삼의 줄기에서 얻은 섬유를 활용하는 것으로, 플라스틱 소재의 수세미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다. 국립생태원 또한 지난 2024년 원내에서 사용하던 아크릴 수세미를 천연 수세미로 교체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설거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은 수세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연구에서는 손설거지의 환경영향 가운데 약 85~97%가 물 사용과 관련된 것이라고 분석됐다. 수세미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하게 물을 많이 사용하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주방 수세미의 플라스틱 함량을 낮추면 미세플라스틱 배출과 그에 따른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다른 배출원에 대해서도 이처럼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배출원을 파악하고, 배출량과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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