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첫 달 12만9800원·유지기 29만9200원
초기 진입·장기 부담 완화…평택 플랜트 공급망 차별화
파격적 가격 경쟁력…외산 독점 비급여 판도 재편 예고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 글로벌 빅파마가 과점해 온 국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 시장에 토종 1호 신약이 ‘가격 승부수’를 던졌다.
한미약품이 최근 품목허가를 획득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초기 투약 비용을 외산 치료제의 절반 수준으로 전격 책정하면서,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비만약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에페오토인젝터주의 용량별 공급가격과 유통가격을 최종 확정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환자 투약 비용은 첫 달 12만9800원, 두 번째 달 22만8800원, 세 번째 달 27만7200원이며, 네 번째 달부터 적용되는 유지 용량 비용은 29만9200원이다.
세부 가격 산정 기준을 보면 초기 적응기인 첫 달에는 2㎎과 4㎎ 용량을 각각 2펜씩 사용하도록 구성됐다. 2㎎ 2펜 한 박스는 4만8400원, 4㎎ 2펜 한 박스는 8만1400원으로 책정돼 합산 12만9800원이다. 이어 본격적인 증량기인 6㎎부터는 1박스에 4펜이 포함되며 6㎎ 22만8800원, 8㎎ 27만7200원, 최고 용량인 10㎎은 29만9200원으로 공급된다.
에페의 핵심 경쟁력은 글로벌 빅파마 치료제 대비 월등히 저렴한 비용 구조다. 에페의 초기 투약 비용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대비 37%,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대비 53% 낮다. 지속 투약이 필수적인 유지 단계에서도 외산 제품 대비 각각 17%, 19%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매 유통 과정과 개별 의료기관·약국의 마진 책정에 따라 환자가 실제 지불하는 최종 판매가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고가의 비급여 가격 탓에 중도 포기가 잦았던 환자들의 초기 진입 부담과 비만 치료의 특성상 장기 투약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덜어내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국내 GLP-1 시장은 수입 의약품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초기 진입 비용만 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 비급여 구조 탓에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컸고, ‘처방 성지’를 중심으로 한 덤핑 판매나 불법 쪼개 맞기 등 왜곡된 유통 현상이 빈번했다. 특히 약가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한두 달 만에 투약을 중단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과 중도 탈락이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돼 왔다.
한미약품은 초기 적응 단계의 가격 장벽을 10만원대 초반으로 파격적으로 낮춰 신규 환자의 진입 문턱을 허물고, 장기 유지 단계의 경제적 부담까지 줄여 처방 지속성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약효 측면에서도 독자 제형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혈중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했으며, 2주 및 4주 간격의 점진적 증량 체계를 도입해 기존 GLP-1 치료제의 주된 이탈 원인이었던 오심·구토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를 완화했다.
공급 안정성 역시 외산 약품 대비 강력한 차별화 요소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으로 국내 공급 물량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해 의료 현장의 혼선을 초래해 왔다. 반면 에페는 원료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경기도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전량 자체 소화한다. 해외 수입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해 안정적인 재고를 상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페의 등장이 고가 위주의 외산 GLP-1 약물에 갇혀 있던 국내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안정적인 국내 생산망을 결합해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 구도를 깨고, 바이오의약품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8일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에페 2·4·6·8·10㎎ 등 총 5개 함량에 대해 국내 제45호 신약으로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파격적인 가격표까지 갖춘 토종 비만 치료제가 연내 본격 시판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이 선점한 시장 판도를 얼마나 빠르게 잠식해 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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