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선고가 23일로 예정돼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오 시장 사건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같은 재판부가 판단한다는 사실 자체가 결과를 예측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두 사건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혐의가 다른 만큼 각각의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최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녹취가 항소심에서 증거로 채택되면서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의뢰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증거로 채택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내용의 진실성이나 재판 결과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전체 증거를 토대로 사건의 실체를 얼마나 충실하게 판단하느냐다.

이번 재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특정 인물의 유무죄가 아닌 사법적 판단의 기준이다. 형사재판에서 정황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다만 여러 정황을 연결해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과정에 합리적이고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를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서 증거 해석과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온 이유다. 항소심은 이러한 쟁점을 다시 살피고, 새롭게 채택된 증거가 기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판결의 결과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판단의 근거가 명확하고, 법리가 일관되게 적용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충분히 설명될 때 신뢰도 쌓인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외부의 기대나 우려에 흔들리지 않고 증거와 법리에 집중해야 한다. 유죄든 무죄든 어느 한쪽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그 판단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판단은 객관적 증거와 법리에 기초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별개로 오 시장 사건은 그 자체의 사실관계에 따라 독립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시민에게도 특정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 판결의 근거와 논리를 살펴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판결 이후 서울시정 역시 중요하다. 시민의 삶은 재판 일정에 맞춰 멈추지 않는다. 주거, 교통, 복지, 안전, 도시환경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과제는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특히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 제고는 지방정부라면 놓쳐서는 안 될 핵심 목표다. 정책은 성과와 문제점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개선돼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행정 서비스와 사업은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법원과 시민이 자신의 삶에 따라 평가하는 지방정부. 두 기관은 서로 다르지만,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어떤 결론에 이르든 공정한 판단에 대한 믿음을 지켜야 한다. 선고 이후에도 시민의 삶은 계속되는 만큼 지방정부는 시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한다.

신상윤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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